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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파나마 페이퍼' 십자포화 푸틴…사위도 결혼 3년만에 빌리어네어로 만들어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 각국 권력자와 유명인사들의 사상 최대 규모 조세 회피 의혹을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통수권자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그간 루머처럼 존재해왔던 푸틴의 천문학적 은닉자산의 실마리가 될 만한 의혹이 다시금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간 서방의 많은 전문가들은 푸틴의 숨겨진 재산이 엄청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최대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빌 프라우더가 CNN에 출연해 푸틴의 실제 재산은 2000억달러(한화 240조원)가 넘는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많은 기업가들이나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사실상 푸틴의 자산이라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기업가로 포장돼 있는 푸틴의 친구나 부하들이 '심복'으로 그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푸틴의 사위다. 키릴 샤마로프(Kirill Shamalovㆍ34)로, 지난 주 34살 생일을 맞은 아직은 젊은 사람이지만, 러시아의 최연소 빌리어네어다. 그의 자산은 13억달러(한화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키릴 샤마로프

재미있는 사실은 그의 막대한 부가 2013년 결혼 이후 단 3년 만에 급격하게 증가됐다는 점이다. 이름만 있는 투자회사를 통해 준(準) 국영기업의 지분을 싼값에 인수하고 이를 되파는 방식으로 일거에 거금을 거머쥐었다.
 
이는 개혁개방 이후 탄생한 러시아의 신흥 재벌, 이른바 올리가르히(oligarch)의 부(富) 축적 방식과 유사하다. 올리가르히는 고대 그리스의 과두 정치를 뜻하는 올리가키(oligarch)의 러시아어가 그 어원이다. 올리가르히들은 구(舊)소련 해체 이후 국영산업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정경유착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특히 푸틴 시대의 올리가르히는 '실로비키 올리가르히(siloviki oligarch)'라 부른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 당시 러시아 기업들의 사유화에 초점을 맞춘 신흥 재벌들을 올리가르히라 했다면, 푸틴 시대에 국영기업의 경영권 장악에 초점을 맞춘 이들을 실로비키라 한다.

푸틴 대통령의 사위 키릴은 푸틴의 최측근 이너서클 인사인 니콜라이 샤말로프(Nikolai Shamalov)의 아들이다. 니콜라이는 푸틴이 또 다른 6명의 멤버와 함께 199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근처에서 세운 협동조합 ‘오제로(Ozero) 집단농장’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현재 공동 창립 멤버 8명 모두가 러시아 정부나 국영기업에서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다. 

로시야 은행 로고

키릴의 아버지 니콜라이도 마찬가지다. 니콜라이는 2004년 로시야 은행(Rossiya Bank)의 주주가 됐는데, 작은 대출기관이던 이 은행은 2000년 푸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은행으로 성장했다. 

가즈프롬 로고

올리가르히의 재계 장악은 아버지 세대를 거쳐 아들들에게까지 전해진다. 키릴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주립대학 법학과에 재학중이던 2002년 가즈프롬(Gazprom)의 ‘해외 경제활동 부문 최고 법률 자문’으로 선임됐다. 가즈프롬은 러시아의 가장 큰 국영 천연가스 추출 기업이다.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그 때 그의 나이 겨우 20살이었다.

학부를 졸업한 지 겨우 1년 후인 2005년엔 가즈프롬의 금융계열사인 가즈프롬뱅크(Gazprombank)의 최고 법률 자문이 됐다. 가즈프롬뱅크는 러시아의 가장 큰 은행 중 하나이며, 니콜라이의 또 다른 아들이자 키릴의 형인 유리 샤말로프가 부회장으로 있다. 


푸틴의 막내딸 카테리나 티코노바. 2013년 2월 키릴 샤마로프와 결혼했다. 

그 후 키릴은 로소보로넥스포르트(Rosoboronexport)의 지역 부문 전문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로소보로넥스포르트는 러시아에서 유일하게 방산 제품 및 기술의 수출입을 담당하는 국영 중계 회사다. 푸틴에 의해 감독되며, 러시아에서 생산된 무기 및 군수품 전반의 수출을 허가받은 유일한 공급 회사다. 

키릴은 러시아 재무부의 국유 재산 관리 본부의 자문 위원으로 국유기업의 사유화를 관리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푸틴과 그 이너서클에 탄탄한 유착 관계를 보여준다.

시부르 로고

26살이 되던 2008년 6월 키릴은 시브르(Sibur) 경영부문 부사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시부르는 러시아의 석유화학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회사다. 키릴은 2011년에서 2013년 사이에 스톡옵션을 통해 시부르의 지분 4.3%를 확보했다. 

나아가 2013년 2월엔 푸틴의 막내딸인 카테리나 티코노바(Katerina Tikhonovaㆍ29)와 결혼하면서 시부르 지분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사실 그들의 결혼도 푸틴의 오제로 협동조합과 뗄레야 뗄 수 없다. 그들이 극비에 결혼식을 올린 이고르(Igor) 스키 리조트의 소유주 유리 코발축은 로시야 은행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결혼 1년 후 키릴은 겐나디 팀첸코(Gennady Timchenko)의 시부르 지분 17%를 한꺼번에 사들였다. 이로 인해 키릴은 한순간에 시부르의 지분 21.3%를 가진 2대 주주로 등극했다. 

하지만 지분획득 과정은 석연찮은 의혹으로 점철됐다. 시부르의 지분 17%를 사기 위해 키릴이 지분 100%를 가진 투자회사 야우자 12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수 자금 약 10억달러도 겨우 1.3%의 후한 대출 이자로 가즈프롬뱅크로부터 조달했다. 탄탄한 국영 석유 회사의 지분 무려 17%를 20대 투자자 한 명이 혼자 갓 세운 투자회사에 넘겼다는 것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푸틴 이너서클 그래픽

볼가그룹 회장 겐나디 팀첸코 역시 키릴의 아버지 니콜라이와 함께 푸틴의 최측근 자리를 지키는 석유 재벌이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2014년 미국의 제재에 로시야 은행과 니콜라이, 팀첸코가 포함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의 제재 때문에 국외 거래가 불가능하고, 미국계열 회사인 비자나 마스터카드 조차 쓸 수 없었던 팀첸코가 자본을 만들어야 했던 것도 한 몫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키릴이 소유한 시부르 지분 21.3%의 가치는 최소 2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 중국 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가 시부르의 지분 10% 인수 조건으로 13억 달러를 제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 21.3%의 가치는 무려 약 28억 달러에 달한다. 키릴은 석유화공집단공사와의 지분 매각에서 자신이 소유한 지분은 1%도 채 포함시키지 않았다. 자신이 소유한 지분은 그대로 지키며 이익을 불린 것이다. 

국영 사업인 에너지 관련 지분은 기본적으로 소유한 국가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키릴이 중국 석유화공집단공사에게 지분을 파는 과정에서 장인인 푸틴과의 관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2014년 사들인 지분 17%만 해도 1년만에 무려 10억 달러 가까이의 이익을 냈다. 시부르의 지분은 키릴의 자산 대부분을 차지한다.

키릴은 시부르 외에도 2014년 3월 시부르의 동료인 데니스 니켄코(Denis Nikienko)와 DPT 투자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이 투자회사는 설립한지 단 7개월만에 에이티 서비스(Eighty Service)의 50%를 사들이기도 했다. 에이티 서비스는 수많은 정부 부처와 국영 기업을 고객으로 두는 컨설팅 그룹이다.
한편 2015년 3월 키릴은 또 다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시부르를 떠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주주 위원회에 그대로 이름을 남겨뒀다.

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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