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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튀’로 얼어붙은 민심, ‘무릎’으로 녹이나? 부산 향토기업 직원들 거리서 ‘삼보일배’ 시민단체들도 동참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세걸음 걷고 한번 절하는 ‘삼보일배’. 부산 도심에서 벌어진 진풍경은 여느 정치권의 선거철 모습이 아니다. 표심을 얻기 위해 선거철마다 엎드리는 ‘쇼’가 아니라 회사와 직원들을 살려달라는 부산의 향토 소주업체 ‘대선주조’ 직원들의 반성과 간절함이 무릎에 배어있는 ‘진솔함’이다.

한때 먹튀논란으로 시민들의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었던 부산의 향토소주 ‘시원(C1)’. 시원소주 제조업체인 대선주조의 임직원들이 도시의 차디찬 아스팔트 위를 한달째 헤매면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시민들의 가슴을 녹이기 시작한 것.

이들 임직원들의 모습에 가장 먼저 가슴을 연 것은 여러 시민단체. 오는 4월 중순 중구 광복로에서 열리는 대선주조의 4번째 삼보일배 행사에는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를 필두로 부산을가꾸는모임, 부산여성소비자연합, 부산항을사랑하는모임, 서부산시민협의회 등이 동참키로 했다. 



이들 단체 회원들은 ‘향토 소주를 살려 달라’ 는 호소문을 행인들에게 배포하고 향토제품 애용을 위한 대시민 캠페인까지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정말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부산시민을 위한 각종 봉사에 헌신적으로 나서는 등 향토기업과 사회적 기업의 좋은 본보기인 대선주조를 적극 도와줄 것을 시민들에게 간청한다”고 전했다.

대선주조의 삼보일배 소식이 시민들의 입과 귀를 통해 퍼지면서 여러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댓글에는 부정적인 것도 있었으나 대체로 긍정적이고 동정적이다.

“부산 소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워요”, “대선주조 노동자는 부산시민입니다”, “지역 술을 살립시다” 등 응원의 메시지가 올라오는가 하면 대선주조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도 “절을 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예전처럼 다시 일어서기를 바랄께요”라는 격려의 글들이 쏟아졌다.

대선주조는 부산을 대표해왔던 시원소주가 2007년 푸르밀 신준호 회장의 먹튀 논란 이후 시장점유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추락한데 대한 반성과 각오를 다지기 위해 남포동, 서면, 동래 등지에서 그간 3번의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창사 86년의 부산 최고 업력을 자랑하지만 2011년 향토기업 비엔그룹에 인수된 뒤에도 먹튀 논란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주조의 공장 가동률은 50%도 채 안되는 상황. 지난해 말 16.9도 순한시원을 출시해 홍보와 판매에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순한시원은 마테차와 벌꿀 등 자연의 재료에다 기장군의 삼방산 천연암반수만 100% 넣어 만든 제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수한 품질을 평가 받아 ‘2016 대한민국 주류대상’의 17도 미만 소주부문에서 대상을 차지, 대선주조를 회생시킬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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