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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육하원칙도 못 밝히는 경찰을 어찌 믿나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진실은 힘이 세다. 진실이 가려질 때 억울한 사람이 생기고 진실이 드러나면 권력자도 벌벌 떤다. 만약진실이 오락가락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이번 관악경찰서 황산테러 사건 수사과정은 혼란 그 자체였다.

지난 4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사건 당시 범인 전모(38ㆍ여)씨가 뿌린 액체의 성분을 언론에게 발표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혼선을 빚었다. 

관악경찰서 형사과장은 사건 초반 “액체 감정 결과 염산으로 나왔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감정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나 발표 결과 전씨가 구매한 액체는 염산이 아닌 황산으로 드러났다. 국과수 최종 감정 결과 해당 용액이 황산 96%로 나왔다.

“1차 분석 발표 당시 ‘오감정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과수가 전했다”는 게 관악경찰서의 해명이다. 그러나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 국과수 측은 1차 분석 결과에서 ‘강산’이라고만 밝혔을 뿐 그 종류에 대해 경찰에 전달하지 않았다. 국과수 측은 “감정의 정확성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는 국과수의 신뢰를 깨는 치명적인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형사과장이 강산을 염산으로 잘못 인식한 책임을 국과수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범인 전씨가 흉기를 들고 사무실에서 난동을 피웠는데도 처음에는 “흉기를 들고 있지 않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씨의 죄질을 판단할 흉기 사용 여부도 초동 수사를 통해 제대로 확인 하지 않은 것이다.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그 죄를 처벌해야 할 경찰이 사건의 육하원칙도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느낀다. 이번 사건은 은밀한 곳에서 이뤄진 것도 아니고 베테랑 수사관들이 직접 피해를 입고 목격한 사건이다. 이들의 진술 만으로도 대략의 사건 개요는 확인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형사과장이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상대가 국과수가 아니라 일반 시민이었다면 꼼짝없이 죄를 뒤집어 썼을수도 있는 문제다.

결과적으로 형사과장은 자신의 조직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렸다. 시민들이 “자기 구성원이 피해를 입은 사건도 수사를 저렇게 허술하게 하는데 일반 사건은 제대로 하겠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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