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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테리어 비용 대주고 고가 마감재 제공하고…‘임차인이 甲’ 오피스빌딩 시장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오피스빌딩 시장에서 ‘임차인이 왕’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초기 몇 달은 임대료를 받지 않은 ‘렌트프리(Rent free)’는 이제 널리 퍼져 새롭지도 않다. 여기에 더해서, 기업의 개별 특성에 맞춘 ‘맞춤형 마케팅’까지 등장하면서 임차인 유치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오피스시장이 이렇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다. 최근 몇 년 사이 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을 거쳐 고밀도 대형 빌딩이 공급되고 있으나 임차 수요는 좀처럼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반대로 중소형 조직은 강남이나 광화문 등을 벗어나 상암이나 송도, 판교 등 비(非)도심권에 둥지를 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A급 빌딩이 과잉공급된 상태”라며 “빌딩 천국인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도 없는 갖은 마케팅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올 1분기 서울 오피스빌딩의 평균 공실률은 9.9%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건물주와 임대관리업체들은 공실 문제를 떨치기 위해 갖은 마케팅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한 오피스빌딩의 한개 층 전부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텅 비어있다.

5일 알투코리아 부동산투자자문은 서울 시내 오피스빌딩의 지난 1분기 평균 공실률은 9.9%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중소형ㆍ중대형빌딩 1161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다. 작년 4분기(9.7%)보다 0.2% 공실이 늘었다.

특히 대형빌딩은 지난 분기에 21만㎡ 가량이 새롭게 공급됐으나, 주인을 만난 건 13만㎡에 그치며 공실률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대형빌딩의 공실률은 2010년까지 4.0% 내외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임차인 맞춤형’ 마케팅은 다양해지고 있다.

일례로 과거엔 빌딩 내 피트니스 클럽은 외부 임대를 받아서 입주자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소극적 수준이었다. 이제는 건물주나 임대업체가 면적 일부를 할애해 운동공간을 직접 조성한 뒤 직영하면서 임차업체는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최근엔 임차인의 인테리어 비용을 보조해주는 것도 기본옵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업이 이사를 할 때 가장 비용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타깃 임차인’을 선정해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이런 타게팅은 마케팅은 신축건물이 준공되기 이전부터 시작되는 게 일반적이다. 소위 프리마케팅(Pre-Marketing)으로, 임대 전문가가 해당지역의 시장 동향과 입지여건 등을 감안해 최적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실행한다.

가령 정보통신기술(IT) 회사를 유치하려 한다면 컴퓨터 서버 용량을 증설해준다는 조건을 제공하는 식이다. IT업체는 보안상의 이유로 공용 서버 외에 추가 서버를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카펫 같은 마감재를 고가의 외국산으로 제공하는 것도 요즘은 임차 마케팅의 일환이다. 한 개 층의 면적이 1500㎡ 정도 되는 대형 빌딩은 카펫을 교체하는 비용만 2~3억원이 든다. 이걸 건물주가 해결해주는 것이다. 본사에서 직접 선정한 카펫만 깔도록 되어있는 외국계 업체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조건이다. 여의도에 들어선 A빌딩은 이런 식으로 잘 알려진 외국계 회사를 임차하는데 성공했다.

종합부동산서비스회사 존스랑라살르(JLL) 이한국 이사는 “지금은 전적으로 임차인들이 우위에 있는 시장”이라며 “사무용 공간의 공실을 타개하는 건 결국 법인들의 이전수요를 자극하는데 달려있기 때문에 철저히 그들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들이 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스원에 관계자는 “입주 기업들이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회의실 등을 시공 단계에서 만들어서 임대면적에 따라 무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며 “우리 빌딩만의 아이덴티티를 설정해 홍보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임차인 유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오피스 업계는 여전히 걱정이다. 올해도 공급은 대규모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서울에선 이달부터 연말까지 약 59만㎡의 신규 오피스빌딩이 추가로 공급된다. 대표적으로 강남구 삼성동에 들어서는 ‘파르나스타워’(21만9000㎡), ‘삼성생명 일원동 빌딩’(7만6000㎡)과 중구 을지로 ‘대신증권 신사옥’(5만2900㎡), ‘기업은행 BPR센터’(4만8000㎡) 등이 줄줄이 준공을 앞뒀다.

김태호 알투코리아 상무는 “지난해부터 추세적으로 공급량의 절반 정도만 흡수되고 있다. 올해도 그 수준을 유지한다면 공실률은 10% 수준을 넘을 수밖에 없다”며 “이것도 그나마 낙관적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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