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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 경찰도 뚫렸다 ②] 기자가 직접 농도 20% 염산 사보니 ‘수월’
-허위 인적사항만으로도 염산 손쉽게 구매 가능

-일반인 구입제한 대책 마련됐음에도 곳곳 ‘구멍’




[헤럴드경제=박혜림ㆍ구민정 기자]재물손괴 혐의로 수사를 받던 30대 여성이 안면이 있는 경찰관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다 황산을 뿌려 부상을 입힌 가운데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ㆍ판매가 보다 실효성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해화학물질을 이용한 테러 범죄가 잇따르며 일반인의 구입을 제한하는 대책 등이 마련됐음에도 이같은 사건이 발생한만큼 유해화학물질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5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염산 테러범 전모(38ㆍ여) 씨는 지난해 12월8일께 인터넷 오픈마켓을 통해 황산구리 용액을 구입했으며, 6일 뒤 또 다른 오픈마켓에서도 황산 관련 제품을 주문했다.


5일 기자는 서울 중구의 한 화공약품점에서 농도 20%의 염산을 구매했다. 해당 화공약품점 사장은 “염산을 구입하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처음엔 “팔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화학과 학생이라고 사정하자 이내 “얼마나 필요하냐”고 말을 바꿨다. 사진은 기자가 구입한 염산. 구민정 기자 korean.gu@heraldcorp.com

황산은 강한 산성을 띄는 유해화학물질로 몸에 닿으면 화상을 유발한다. 이에 현행 화학물질관리법상 농도 10%가 넘는 유해화학물질을 불법으로 판매하는 사이트의 경우엔 신고 즉시 폐쇄 조치를 하고 있다. 아울러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들도 환경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유해화학물질 온라인 유통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문제는 농도 10% 미만의 유해화학물질이다. 저농도 유해화학물질은 농도가 옅어 비교적 사고의 위험성이 낮다는 이유로 관리대상에서 제외되는 실정이지만, 최근 테러에 자주 쓰이고 있다. 지난 8월과 9월에도 여자친구의 이별에 앙심을 품은 남성들이 9.9% 저농도 유해화학물질을 각각 여자친구에게 뿌려 상처입혔다. 그럼에도 농도 9.9%의 청소용 염산은 온라인 어느 곳에서나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보다 더 짙은 농도의 염산ㆍ황산도 오프라인 등에서 충분히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기자는 서울 중구의 한 화공약품점에서 농도 20%의 염산을 구매했다. 해당 화공약품점 사장은 “염산을 구입하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처음엔 “팔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화학과 학생이라고 사정하자 이내 “얼마나 필요하냐”고 말을 바꿨다. 이어 이 사장은 기자에게 빈 종이에다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적게 했다. 주민등록증 확인 절차 등은 없었다. 기자가 “학생증이나 주민등록증은 안보여줘도 되냐”고 물었지만, 신상정보만 적으면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신상정보를 거짓으로 적어도 확인할 길이 없는 셈이었다. 기자는 불과 5분만에 농도 20%의 염산 500㎖를 5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전 씨가 사건 당시 투척한 황산을 인터넷에서 주문했다고 진술한 만큼, 여전히 온라인 상에서 황산과 염산 등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경찰은 전 씨가 횡설수설하고 있는 점, 두 차례에 걸쳐 구입한 황산관련 제품이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준은 아닌 점 등을 미뤄 그가 오프라인에서 황산을 구입하고 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한편 노재근 한양대 화학과 교수는 “(전 씨가 구입한 황산구리 용액은) 아주 진한 것은 아니지만 피부에 닿으면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위험하다”며 “염산도 10% 농도라도 제법 진하고, 충분히 피부에 손상을 주는 등 인체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교수는 “농도가 낮더라도 신체에 손상을 입힐 수 있어 대학교에서도 실험할 땐 잘 안 쓰고 쓰더라도 주의를 확실히 주고 조심히 한다”며 실효성 높은 보안책 마련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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