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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토 고향’ 케냐 사자들은 왜 자꾸 탈출하는 걸까?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난달 30일 케냐 수도 나이로비 남부 이시냐 지역에 한 무리의 사람이 크게 원을 그리고 서 있었다. 그 중 일부는 마체테(커다란 칼)나 막대기를 들었고, 다른 일부는 돌멩이를 쥐고 있었다. 원 중앙에는 상처입은 숫사자 한마리가 사람들을 경계하며 으르렁거렸다. 사자의 이름은 모호크(13). 원래 살던 곳을 탈출해 어쩌다보니 사람 사는 마을까지 흘러 들어와버렸다. 모호크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중 남성 한 명을 앞 발로 공격했지만, 곧바로 총 몇 발을 맞고 숨을 거뒀다.

모호크가 나고 자란 곳은 나이로비 국립공원. 국내에는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의 배경지로도 알려져 있지만, 최근 ‘무한도전’에서 소개된 코끼리 ‘도토’가 사는 곳으로 또 한번 유명해졌다.

[사진=123rf]

그런데 최근 이곳에서 사자들이 계속해서 탈출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모호크 외에도 지난달 18일 한 사자가 탈출해 60대 남성을 공격했고, 31일에는 숫사자 레메크(2)가 다른 사자 한 마리와 함께 탈출했다가 창에 찔린 채 발견됐다. 그보다 앞선 2월에는 사자 6마리가 집단으로 탈출, 인근 주택가를 배회해 주민들을 식겁하게 했다. 그 이전 사례를 언급하자면 끝이 없다.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서도 가장 정교한 동물 보호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케냐, 그 중에서도 도시와 가까워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찾았던 나이로비 공원에서 이같은 관리 부실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사자와 인간의 개체수 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영역 싸움’으로 분석했다. 현재 나이로비 공원의 사자는 35마리로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났는데, 서열 경쟁에서 밀린 사자는 불가피하게 자신의 영역을 찾아 공원 밖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케냐 야생동물 서비스 대변인 폴 가띠투는 “우리는 사자들이 다른 숫사자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영토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원 밖에도 사자가 발붙이고 살 곳이 없다는 것이다. 공원이 처음 생겼던 1946년만 하더라도 나이로비의 도시 규모는 크지 않았고, 공원 주변은 사자가 돌아다녀도 무방한 야생이었다. 그러나 현재 인구는 이후 10배로 늘어났고, 공원 주변은 대부분 도시화가 진행됐다. 공원은 나이로비의 인구 밀집지역과 불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다. 경계구역에는 담장이 있지만 월담이 어렵지 않아 수시로 맹수들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주민들의 입장은 분분하다. 모호크가 사살된 이후 나이로비 주민들 중 일부는 그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일부는 ‘#JusticeforMohawk’(모호크를 위한 정의)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SNS에서 사자를 보호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사람 생명보다 사자의 생명이 우선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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