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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1500만 달러, 초고급 와인 2만병 경매에 내놓은 美부호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 코르크 마개만 봐도 코를 벌름 거리는 와인 애호가들이라면 참기 힘든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계 한 부호가 그간 소중하게 수집해온 총 2만병의 희귀 와인을 경매에 내놨기 때문이다. 와인 관련 경매로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오는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손꼽히는 고급 와인 2만여개가 소더비(Sotheby)경매 시장에 나온다. 와인을 내놓은 주인공은 미국계 부호 윌리엄 코흐(William Ingraham Koch, 75)다. 미국을 대표하는 석유ㆍ자원 가문인 코흐가의 막내다. 그의 자산은 20억 달러, 우리돈 2조4000억원 정도로 평가 받지만, 400억 달러씩 보유하고 있는 형들에 비하면 크게 적은 편이다. 

윌리엄 코흐

윌리엄 코흐는 미국의 많은 부호 가운데에서도 알아주는 고급 와인과 명화 수집가다. 하지만 가 처음부터 수집가였던 것은 아니다. 그도 처음엔 코흐 인더스트리에서 세 명의 다른 형제들과 함께 일을 했다. 

하지만 경영 승계 과정이 첫째 프레드릭 코흐(Fredric Koch)와 막내인 윌리엄 코흐, 그리고 둘째 찰스(Charlse Koch)와 셋째 데이비드(David Koch)간의 형제 경쟁으로 번지며 결국 코흐 인더스트리를 떠났다. 

그 후 윌리엄은에너지 개발 지주 회사인 옥스보 그룹(Oxbow Group)을 차렸지만, 기업 경영보다는 여러 문화 단체에 대한 기부에 힘써왔다. 또 상실감을 수집에 쏟았다.

이번 경매에 나올 와인은 그렇게 윌리엄이 40년 넘게 모아온 와인 중 절반에 해당한다. 물량 자체도 상당한데다가, 코흐의 컬랙션 질이 워낙 높아, 와인 관련 경매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소더비 와인 경매 역대 최고가는 1982년산 샤토 마고 빈티지 와인으로 2015년 한 병당 29.400달러(한화 약 3372만원)에 팔렸다. 역대 와인 경매 최대 매출액은 지난 2014년으로 160만 달러였다. 이번 코흐의 와인 경매는 가볍게 이 기록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와인 소더비 경매의 책임자 코너 크리겔(Conner Krigel)에 따르면, 코흐는 그가 좋아하는 와인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족족 와인을 사들였다고 한다. 이러한 와인 수집 습관 덕분에 코흐가 이번에 내놓은 와인의 종류는 다양하고 또 고급스럽다. 

경매에 나온 총 2만개의 와인은  2,700개의 롯으로 구성된다. 롯이란 경매에서 와인이 한 번에 팔리는 단위를 뜻한다. 즉 한 포도원에서 출시한 와인 전체가 롯이 될 수도 있고, 한 병이 롯이 될 수도 있다. 코흐가 이번 경매에 내놓은 전체 와인의 가격은 1500만 달러 내외로 평가된다. 

샤토 라투르(Château Latour) 1961 빈티지 와인 / 한 병당 가격이 4만 2천달러에서 6만달러에 달한다

2,700개의 롯 중 120개의 롯 이상의 와인이 샤토 라투르(Château Latour)와인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빈티지(포도의 생산연도)로 꼽히는 1961년 산 와인이 6병이나 포함되어 있다. 

샤토 라투르가 위치한 포이약

샤토 라투르는 프랑스 보르도의 포이약(Pauillac)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100년 전쟁(1337-1453) 당시 요새로 지어진 탑에서 포도원의 이름이 유래됐다. 1885년 등급 분류에서 특 1급으로 선정됐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의 명성에 걸맞는 상당한 품질의 일관성을 지키고 있다. 와인 한 병의 가격이 4만 2천달러에서 6만 달러에 달한다. 

샤토 무통 로쉴드(Château Mouton Rothschild) 1945 빈티지 와인 / 한 병당 가격이 8만 달러에서 12만 달러로 예상된다.

80롯 이상의 샤토 무통 로쉴드(Château Mouton Rothschild)도 이번 코흐 와인 경매에서 만날 수 있다. 무통의 전설적 1945 승전 빈티지 와인은 고급 와인 중에서도 고급으로 꼽힌다. 전쟁 중 접지하지 않은 포도로부터 세계 2차 대전 말에 만들어진 와인이다. 그 맛 뿐 아니라 승전 기념 평화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한 병 당 8만 달러에서 12만 달러에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돈주고도 구하기 힘든 와인들을 전문 수집가인 윌리엄 코흐가 경매에 내놓은 이유도 흥미롭다. 코흐가 “너무 좋은 와인을 너무 많이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문득 내 지하실에 있는 약 4만 3천개의 와인을 모두 마실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좋은 와인을 마시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전 세계의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다”라고 이번 경매의 이유를 밝혔다.

사실 코흐의 와인이 화제가 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워낙 진귀한 와인들을 다양하게 수집하다보니 두 번이나 가짜 와인 사기를 당해 소송한 적이 있다. 1980년대 후반에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한때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와인 4병을 50만 달러에 샀지만, 추후 가짜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2005년엔 세기의 위조 와인 사기범인 루디 쿠니아완(Rudy Kurniawan)의 유명인 피해자 중 한명이 되기도 했다. 쿠니아완은 코흐에게 총 211병의 캘리포니아산 가짜 와인을 보르고뉴와 보르도 명품 와인으로 속여 2백만달러에 팔았다. 코흐 말고도 부동산 재벌 피터 파스치텔리, 유니비전 커뮤니케이션의 최고재무책임자인 앤드류 홉슨 등 억만장자들의 피해가 많았다. 이후 쿠니아완은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지하 와인 창고에서의 코흐

코흐는 이번 경매를 진행하는 이유로 자신의 관용을 자랑했지만 사실은 사기를 당하며 고급 와인 수집의 허상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진짜 이유야 코흐 본인만이 알겠지만, 결과적으로 메말랐던 와인 경매 시장엔 오랜만의 단비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정점을 찍은 이후 침체되어 있던 와인 경매 시장이 코흐 덕분에 호황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주 코흐의 컬렉션에서 출품된 샤토 무통 로쉴드 1945 빈티지가 만 2천달러에 팔렸다. 크리겔은 코흐 덕분에 전 세계의 와인 콜렉터의 이목이 소더비에 집중될 것이라며 와인 경매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했다.

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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