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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조선업계…‘수주절벽’넘어…‘잔고절벽’온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조선업계가 전세계적 ‘수주절벽’ 현상에 신음하고 있지만, 정작 더 무서운 것은 내년부터 이어지게 될 ‘잔고절벽’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업 특성상 수주에서 인도까지 통상 2년가량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진짜 ‘악몽’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 30일 대우조선해양을 마지막으로 조선 ‘빅3’의 주주총회가 모두 끝났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5일, 삼성중공업은 지난 18일에 열렸다. 주총에서 회사 CEO들은 이구동성으로 ‘올해 흑자전환’을 약속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주총에서 “2분기 안에 올해 첫 선박 수주를 성사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지난 10일 열린 간담회에선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한 바 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을 통해 반드시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했고,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도 주총에서 “예상 손실액을 이미 2015년 실적에 반영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흑자 낼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들 조선 3사가 흑자전환을 자신하는 것은 부실한 실적은 이미 지난해 재무제표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한해 영업손실을 2013년과 2014년에 나눠 반영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도 영업손실 1조6000억원을 반영해 회계 처리를 완료했고,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확정지었다.

반면 조선 빅3의 흑자 전환은 아픈 구석도 적지 않다. 대량 해고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상시 구조조정’을 공언해 둔 상태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인건비 낮추기에 돌입한 지 오래다. 흑자 전환이 매출 증대가 아닌 비용 절감으로 이뤄지는 것이 현재의 조선업의 상황인 셈이다. 조선업계판 ‘불황형 훅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업계의 더 큰 아픔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잔고 절벽’이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사 클락슨 자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에 단1척의 수주도 하지 못했다. 그나마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가 지난 1분기에 6척 6억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린 것이 전부다. CGT(건조 난이도를 감안한 표준 환산 톤수)를 기준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6% 달성에 그친 수치다.

수주 실적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도 각사 최고경영자들이 흑자전환을 약속을 할 수 있는 것은 수주잔고가 아직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인식 기준 수주잔고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24조원 가량이고, 대우조선해양은 32조원 수준이다. 아직은 일을 할 ‘꺼리’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수주 절벽 상황이 계속될 경우엔 잔고마저 바닥나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빅3 조선사의 해양시추설비 수주잔고의 80% 가량은 2016년~2017년 사이 인도될 예정이다.

여기에다 기존에 계약돼 있던 물량들까지 올들어 취소나 인도가 연기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날에는 대우조선해양이 덴마크의 국영 에너지 회사인 동 에너지(DONG E&P A/S)사로부터 2012년 수주한 원유 생산용 해양플랫폼 계약 취소 사실이 확인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월 드릴십 인도를 연기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글로벌 경이 악화가 해외 선사들의 구조조정으로, 저유가 폭탄이 발주 취소 및 인도 거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2월까지 조선3사의 선박 수주는 3척에 불과한 상황으로 문제성 해양프로젝트의 인도와 신규 수주공백이 지속되면 상반기 이후 대규모 잔량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후 유가 상승폭이 제한될 경우 투자매력도는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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