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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의 책]알파고는 이 책에 인생이 담겼음을 알까? ‘바둑의 말’
-이상훈 저, 하서 출판
-바둑에서 찾는 삶의 이야기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바둑대결 후 바둑계는 물론 과학계는 충격에 빠졌다. 상상외로 강한 알파고의 내공에 프로기사들조차 혀를 내둘렀다. 인간 창의력의 진수인 바둑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져왔고, 아직도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인간 최고수를 무너뜨렸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이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세돌이 AI에 맥없이 무너졌다”는 사실 앞에서 3000년전에 생긴 바둑의 틀이 어쩌면 인간이 만든 규격 속에 갇혀 있었고, 그 틀 속에서 몇몇 고수들만 고집해온 것이 아니냐는 자성론까지 대두됐다. 어쩌면, 새로운 바둑, 새 영역의 바둑을 향한 출발점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알파고가 가져다준 충격은 패닉,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인공지능과의 인간의 승부는 예견된 것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체스에서처럼 인간 최고수가 인공지능에 밀리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 뿐, 어차피 예정된 운명이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진화 속도를 감안하면 틀리지 않은 시각이다.

6개월전 판후이 2단을 물리쳤던 알파고는 아니었다. 이세돌과 만난 알파고는 6개월전보다 몇단계 업그레이드돼 있었다.

여기서 ‘바둑세계 다시보기’의 출발점이 보인다. 바둑을 인공지능 영역으로 넘겨주느냐, 새로운 창의성을 불어넣으면서 미지의 인간영역을 더 넓히느냐의 숙제가 코 앞에 닥쳤다는 게 그런 논리의 배경이다.

바둑에 대한 ‘아노미’가 한창인 지금, 이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는 많다. 그중 하나가 바둑 책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진화해도 바둑 책 속에 담긴 진리를 다시금 살펴보고, 새로운 반상탐험을 시도하는 것은 지금도 인간영역이라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둑의 말(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 바둑에서 인생을 배우다)’(이상훈 저, 하서 출판사)’이다.

이 책은 바둑학 박사 이상훈이 바둑 격언 및 명언을 삶의 이야기로 풀어 만든 책이다. 기술편과 심리편으로 나누어 바둑을 둘 때 필요한 바둑 기술은 물론 삶의 지혜까지 담고 있다. 이 책은 바둑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바둑에 대해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인생의 교훈까지 얻을 수 있으며, 바둑인들은 바둑의 기술과 마음가짐을 익혀 바둑 실력을 좀더 향상시킬 수 있게끔 기획됐다.

저자 이상훈은 1954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청주고, 고려대 방사선과, 한양대 연극영화과(학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석사) 졸업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바둑 고전 ‘현현기경의 특성 및 가치에 대한 연구’로 바둑학 박사 학위(논문 지도교수 정수현)를 받았고, 현재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에서 강의 중이다.

지난 1979년 MBC TV 천만원고료 단막극 경찰수사 드라마 부문 당선으로 방송작가 데뷔를 했고, MBC TV ‘웃으면 복이 와요’와 TV 드라마 극본 집필을 했다.

<내사랑 짱구>, <돼지클럽>, <코끼리 함대>, <올챙이 대작전> 등 학생 명랑소설과 <바둑으로 천재를 만든다> <정석암기법> <포석암기법> <바둑산수지도서> <춤추는 참미녀> <바둑땅콩미녀> 등 바둑 관련 저서가 다수 있다.

책에선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 ‘적이 강한 곳에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 등의 바둑 명언을 쉽게 풀었다. 이를 인생의 진리와 결부한 것은 물론이다. 저자는 즉 바둑을 통해 인생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형세 판단 그르치면 고생길로 접어든다’, ‘참고 있으면 기회가 찾아온다’ 등 험난한 인생에서의 인내와 호사다마같은 삶의 궤적을 연상케 하는 스토리도 담았다.

출판사 측은 “변화무쌍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바둑판 위의 한판 승부, 우리의 인생사와 무척 닮아 있다. 바둑판 위에 한 수를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바둑의 판세가 달라지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자신이 어떻게 노력해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그래서 흔히 바둑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부른다”며 책을 내놓은 이유를 명확히 하고 있다.

알파고는 바둑에 관한한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중앙 거대세력을 형성하는 데 초절정 능력을 보여줬고, 바꿔치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며, 끝내기는 완벽했다. 인간 고수가 넘기 어려운 벽임을 실감케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물음이 있다. 알파고는 과연 인생을 알까. 바둑판에 인생의 진리가 숨어 있음을 알까. 알파고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바둑의 말’ 책을 보면서 인간만의 진리 향유에 대한 재미에 푹 빠져보는 게 어떨까. 알파고에 대한 약간 졸렬한(?) 견제심을 갖고 말이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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