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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뿌리 테러, 외로운 늑대 아닌 돌아온 늑대였다”…서방 정보기관 만시지탄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외로운 늑대가 아닌, 돌아온 늑대다.”

파리, 브뤼셀 테러로 IS가 유럽 전역에 풀뿌리 테러리스트 조직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서방 정보기관에서 그간 IS를 잘못 평가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28일 복수의 서방 정보기관 당국자들의 목소리를 빌려 이같은 분위기 변화를 전했다.

IS의 존재가 알려진 이후 한동안 서방 정보기관들은 IS가 시리아, 이라크를 중심으로 한 중동 역내에서의 세력 확보 및 칼리프 국가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서구 사회에 대한 공격은 IS 조직이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구 사회 내에서 불만을 품고 있는 이들을 SNS 등을 통해 자극,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여겼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러나 IS는 어느 순간부터 외로운 늑대를 만들어내는 대신, 유럽 내 무슬림을 IS 조직으로 유인해 훈련시킨 후 다시 유럽으로 돌려보내는 ‘돌아온 늑대’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가령 이번 브뤼셀 공항 테러에서 자폭한 나짐 라크라위는 브뤼셀 출신으로 2013년 2월 시리아로 떠났다. 또 파리 테러 때 바타클랑 극장에서 자살폭탄조끼를 터트려 자폭한 새미 아미무르는 프랑스 파리 외곽 출신으로 2013년 9월 시리아로 넘어가 IS에 합류했다.

IS는 이러한 작업을 2014년 여름 이전부터 실행해왔지만, 서방 정보당국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뒤늦게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을 때는 너무 많은 돌아온 늑대들이 유럽에 스며들어 있었다. FT는 1200명 정도가 시리아에 여행을 했다가 유럽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영국은 350명, 프랑스 250명, 독일 270명, 벨기에 118명, 스칸디나비아 200명 등이다. 또 로버트 웨인라이트 유로폴 국장은 “시리아ㆍ이라크로 떠났거나 유럽 내에서 급진화된 이들이 50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IS에서 사상적ㆍ군사적 훈련을 받고 돌아온 늑대는 유럽 각지에서 새로운 테러 조직을 만들 수 있는 구심점이 된다. 시리아에 있는 IS가 본점이라면 각지에 지점을 만들어 프랜차이즈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들 프랜차이즈는 상당한 자율성을 갖고 작전을 수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前) 영국 대외정보국(MI6) 국장이었던 존 소어스 경은 “IS 지도부는 포괄적인 전략적 지시를 조직원들에게 내리고, 조직원들이 자체적으로 결정을 하도록 허락한다”며 “인질이나 참수 같은 것이 그런 사례로 전술적인 실행은 개개의 조직원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IS가 이처럼 돌아온 늑대를 양성한 이유는 유럽을 공격하는 것이 우선 목표가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군사싱크탱크인 전쟁학술기구의 대테러 분석가 하를린 겜비르는 “IS는 최소한 2015년 1월 이후부터는 외부의 테러 조직과 손을 잡아왔다”며 “IS는 세가지 작전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이라크ㆍ시리아의 영토를 지키는 것과, 더 큰 혼란을 조장하기 위해 개별국가를 공격하는 것, 서양을 벌하고 분열시키기 위해 공격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돌아온 늑대들로 인해 유럽의 테러 위협은 더욱 높아졌고, 대테러 작전의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미국 뉴욕의 보안컨설팅업체인 수판 그룹(Soufan Group)은 폭탄기술자 나짐 라크라위가 브뤼셀 테러에서 자폭한 것을 두고 “조직의 폭탄제조자가 자폭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다른 멤버들도 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시절 정보기관 수장을 맡았던 버나드 스쿼니치는 유럽에서 “IS의 세포조직은 가볍고 민첩하다”며 “(이를 검거하는 일은)벼룩이 가득 든 자루를 흔드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많은 용의자를 잡기는 했지만 많은 수가 감시를 피해 달아났고 여전히 충분히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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