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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활절날 어린이ㆍ여성 겨냥한 ‘소프트 테러’…파키스탄 어린이공원서 자폭테러(종합)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부활절 날 저녁 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 주(州) 라호르의 한 어린이 공원에서 어린이와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 테러’가 발생했다. 자살폭탄으로 알려진 이날 테러는 지난 22일 벨기에 브뤼셀의 연쇄폭탄에 이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 일간 돈(DAWN) 및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등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오후 테러범 1명이 라호르 도심 어린이공원 입구에서 자폭해 최소 65명이 사망했으며, 약 300명이 부상을 당했다.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사망자 대부분은 어린이와 여성들이다. 이날 공원에는 부활절을 맞아 기독교도들이 행사를 열어 평소보다 인파가 많이 몰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폭발 당시 부모들이 다친 아이들을 감싸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등 어린이공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라호르 지방정부 관계자는 AFP 통신에 “사망자가 65명으로 늘었고 구조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군에 지원을 요청해 현재 군인들이 구조작업 등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라호르 시의 지나흐병원 관계자는 이 병원에만 시신 40여구가 도착했다며 “부상자가 200명이 넘는데 상당수가 중태라서 사망자 수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함에 따라 구급차가 모자라 부상자들은 택시와 자가용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병원 영안실도 부족한 상태다. 펀자브 주당국은 시민들에게 헌혈을 촉구했으며, 병원에는 헌혈하려는 시민들이 대거 몰렸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10세 소년은 NYT에 “폭발 당시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며 “공원 울타리를 넘어 밖으로 도망치려는 사람들로 공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공원을 자주 찾았다는 34세의 캄렌 바티는 “오늘 공원에 딸을 데려가지 말았어야 했다. 공원은 우리가 딸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휴식공간인데…”라며 “공원밖으로 도망치는 순간 내 딸이 넘어지고 사람들에 치여 부상을 당했다. 딸을 잃어버리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지 경찰은 “무고한 여성과 어린이들을 겨냥한 소프트 테러”라며 “명백히 자살테러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자살폭탄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파키스탄탈레반(TTP)의 강경 분파인 자마툴아흐랄의 소행으로 전해졌다.

이 조직의 대변인 에한술라흐 에흐산은 현지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과 통화에서 “우리는 부활절 행사를 하던 기독교도를 공격했다”며 “이는 연간 순례 공격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에흐산은 또 NYT에 “이번 테러는 (파키스탄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라호르에서도 우리를 단념시킬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펀자브 주의 라호르는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고향이며, 그의 동생 샤바즈 샤리프가 주 총리를 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자살폭탄이 자행된 이날은 말릭 뭄타즈 후세인 콰드리의 처형 40일째 되는 날이어서, 이번 테러가 그의 처형을 비난하는 시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콰드리는 지난 2011년 1월 신성모독죄 철회를 요구한 당시 집권 여당인 파키스탄인민당(PPP)의 소속의 티세르 지사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당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어린이공원에서의 자살폭탄 테러에 대해 “끔찍하고 비열한 공격”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아름답고 평온한 공원에서 자행된 이 비겁한 행위 때문에 무고한 민간인들이 사망하고 부상했다”면서 “희생자 가족들과 부상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이 어려운 시기에 파키스탄 정부와 국민을 지지하고 함께할 것”이라면서 “또 파키스탄 및 역내 파트너들과 계속 긴밀히 협력하는 동시에 재앙적 테러를 척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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