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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가 1100만원 ‘LG 시그니처’...20년전에도 있었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LG전자가 28일 프리미엄을 넘는 ‘초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런칭했다. 1100만 원하는 65인치 TV와 850만원에 문이 스스로 닫히는 냉장고, 390만원짜리 세탁기, 심지어 공기청정기도 149만원부터 시작한다. 소위 혼수 가전 3총사인 TV와 냉장고, 세탁기 3가지 제품만으로 중형 SUV나 대형 세단 한 대를 뽑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같은 차별화된 프리미엄 브랜드 마케팅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전략이다. 중저가부터 고급까지 아우르는 ‘삼성’이나 ‘LG’ 브랜드만으로는 한 단계 높은 가격을 소비자에게 납득시키기 어려운 까닭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단장한 새 브랜드를 앞세우는 마케팅이다.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H&A사업본부장 사장은 “최고의 성능과 디자인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LG 시그니처’를 앞세워 프리미엄 LG 브랜드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가전 제조사들의 프리미엄 브랜드 마케팅은 20년 전 삼성전자의 ‘명품(名品)’으로 익숙해진 전략이다. 1995년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1사1명품’ 지시에 따라 ‘각 사업부별로 1개 이상의 명품’을 만든다는 목표로 품질 향상 작업에 나선다.

당시 신문을 보면 상성그룹은 1995년도 경영방침을 ▲최고의 품질.서비스 구현 ▲국제화의 과감한 실천 ▲제도개혁의 확대.가속화 등 3가지로 정하고 내년도 실천사업으로‘1사업 1명품 개발 ’등 월드 베스트 제품 개발에 주력키로 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의 매출이 50조원에, 이익은 1조원이나 났으나 이같은 이익이 주로 반도체 호황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점에 유의, 자만심 속에 긴장감이 이완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하며, 1달러당 700원 수준으로 환율이 절상되는 상황에서도 국제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소형 컬러TV, 세탁기, 직물.섬유 등 경쟁력 열위품목은 과감히 해외이전을 추진하고 부품의 해외조달력을 높이기로 했다.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명품 TV’ 브랜드다. 배불뚝이 일반 브라운관 TV가 대부분인 시절 삼성전자는 브라운관 뿐 아니라 모서리 부분까지 완전 평면인 TV를 만들고 여기에 ‘명품’이라는 별도의 마케팅 네임을 붙였다. 그 결과 출시 첫 해 8만대 가량 팔렸고, 이듬해 30만대까지 판매량을 늘리며 삼성전자의 히트 상품이 됐다.

삼성전자의 ‘명품’ 브랜드는 이후 LCD 시대에도 계속됐다. 뚱뚱하던 브라운관 TV 시절, 평면 화면이라는 차별성을 앞세운 브라운관 TV 브랜드 마케팅이 성공하자, 이를 초기 고가 LCD TV로까지 이어간 것이다. 이후 한문으로 쓴 ‘명품’이라는 브랜드 명은 제품에서 사라졌지만, 여전히 최신, 최고 제품에는 ‘명품’이라는 단어를 종종 강조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에 제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술과 가치를 더한 제품 라인업인 만큼, 새 제품에 걸맞는 새 이름을 정하고 마케팅 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며 “일회성을 넘어 또 하나의 가치를 지닌 독자적인 브랜드로 만들어가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전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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