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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질문할 수 있는 리더십
질문하는 것이 답을 주는 것보다 더 좋다는 것쯤은 너나 없이 알고 있다. 질문을 받으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주어진 과제를 한번 더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질문을 조금만 천천히 하거나 말의 톤에 변화만 줘도 효과는 증폭된다. 상대는 자기 안에서 대답을 찾으려 즉시 탐조등을 켜게 된다. 자신이 침범 당하지 않았다는 안정감과 함께 상대가 나를 도우려고 한다는 믿음을 갖고 답을 찾게 된다.

이런 ‘질문하는 리더십’을 실천하고자 애쓰는 리더는 많다. 질문의 효과를 알기 때문이다. 질문은 생각을 확장하고 관점을 전환하게 하며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하게 한다. 상대에게 이런 효과를 기대하려 한다면 질문 만한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질문은 자발성을 촉진하고 숨겨둔 지혜나 묵혀둔 잠재력을 드러나게 해 준다. 각자 자신만의 다양성이 꽃피울 수 있다.

만약 잘 다듬어진 힘있는 질문 하나를 팀에게 던지고 이를 팀이 잘 다루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단 하나의 질문으로 팀이 뭉치게 되면 놀라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남자 육상 400m 세계신기록이 마이클 존슨의 43.18초이지만, 4인이 달리는 400m 계주 신기록은 37.04초였다. 이는 100m 신기록 우사인 볼트 9.58초를 4배 한 것보다 계주 기록이 더 빠르다. 질문에 의해 각자의 자발성이 촉진되고 하나의 프로세스에 각자의 장점만이 결합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너지를 잘 발효하면 회사 조직에서 기대하는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도 넘볼 만하다.

질문이 어려운 리더의 입장에서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런 리더일수록 질문에 거(居)하고 지내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조직 리더의 일상이라는 것이 언제나 ‘답’(答)이 궁금해 답을 찾으려 기를 쓰고 매달리게 되니 답답하다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질문하기란 정말 어렵고 질문적 대화를 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찾은 답을 빨리 현실에 적용해야 하기에 답을 ‘지시’하는 것에 힘을 줄 수밖에 없다. 질문이 좋은 줄 알면서도 기회만 되면 질문을 못하고 답을 이야기하는 리더는 타인의 것 보다 자신의 답이나 생각, 자기 자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가 모든 일을 다 하게 된다. 그저 자기 능력 만큼이 곧 조직의 능력이 된다. 타인의 힘을 끌어 쓰지 못 할뿐더러 주변 사람을 침묵하게 만들고 자신은 고립된다.

그러나 진정으로 ‘답은 질문보다 못한 법이다’. 현대 정신분석의 패러다임을 바꾼 윌프레드 비온은 작가 모리스 블랑쇼의 이 말을 자기 것으로 삼아 답을 내놓기를 중지했다. 질문과 대답 사이에 간격을 상대가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모든 개인은 자기 자신 안에 필요한 잠재적 지혜를 갖고 있다. 상호 작용하는 상대가 이 기회를 활용해 답이 제시되지 않은 ‘공간’을 스스로 채우게 되면 그 만큼 스스로 성숙해진다.

대답은 질문하는 사람 안에 있다는 말은 플라톤의 대화에 나오는 말이다.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지면 어떻게 되는가? 질문은 대답을 잉태한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 곧 내면에서 대답이 수정되는 순간이다. 스스로 갖는 의문은 대답을 순산하게 하고 의심은 오직 불안만을 출산한다. 의문은 지혜를 자라게 하고 의심은 빌려온 지식에 만족하게 된다. 사인이 이렇다면 리더가 품어야 할 것이 의문인가 의심인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질문하는 리더십은 질문적 사고(Question thinking)를 한다. 답을 지시하기 보다는 질문을 던진다. 질문하는 리더는 과거에 보여 준 역량만을 기억하기 보다는 미래에 드러날 잠재역량을 본다. 그들은 변화를 믿으며 의심에 매달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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