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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자생적 테러 점증하는데 대응 너무 허술하지 않나
또 테러다. 이번엔 벨기에다. 30여명이 사망했고 230여명이 다쳤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이후 줄을 잇는 대형 테러 소식이 지구촌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최근의 대형 테러는 대부분 IS(이슬람국가)가 직접 주도하거나 그 배후다. 22일의 벨기에 테러도 마찬가지다. IS는 이날 밤 인터넷을 통해 “자살폭탄 벨트와 폭탄을 품고 자벤텀 공항과 브뤼셀 지하철역에서 최대한의 죽음을 가져와 IS의 위대함을 알렸다”면서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테러는 계속될 것이란 공공연한 위협이다.

그동안 한국은 IS를 직접 공격하는 유럽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테러 영향권에선 먼 것처럼 생각됐다. 하지만 이젠 한국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다. IS가 지난해 한국을 ‘십자군 동맹국’에 포함시켜 공격대상으로 삼았을 뿐 아니라 최근엔 우리 국민 20명의 이름을 이메일 주소와 함께 유튜브에 공개하고 “발견하면 모두 죽여라”고 선동했다. 신상이 공개된 사람들은 공무원과 기업 홍보직원 등으로 다분히 선전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가상의 위협이 눈 앞에 다가온 현실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보다 중요한 것은 자생적 테러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는 점이다. 소위 ‘외로운 늑대’형 추종자들에 의한 테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IS도 삼엄한 감시의 눈길을 피해 테러 장비와 인력을 국제간 이동시키는 것보다 현지인력에 지령만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실제로 IS의 테러 범위가 유럽과 미주뿐 아니라 이스탄불, 자카르타 등 아시아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이처럼 자생적 테러를 유도한 결과다.

한국에서도 이념적 영향을 받은 자생적 테러 가능성은 높다. 이미 우리 청소년이 SNS를 통해 IS에 포섭된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알카에다의 연계 단체인 ‘알 누스라 전선’을 추종한 인도네시아인이 국내에서 검거돼 충격을 줬다. 2010년 이후 국제 테러조직과 연계됐거나 테러 위험인물로 지목돼서 강제 출국된 국내 체류 외국인이 48명이나 된다. 이들중 7명은 출국 후 IS에 가담했다는게 국가정보원의 발표다.

이런 마당에 테러 가능성이 높은 서울 도심의 다중이용시설의 대응 수준은 너무도 허술하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의 역내 순찰 인원은 단 1명이다. 하루 3만여명이 이용하는 동서울터미널에는 자체 대테러 매뉴얼도 없다.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한 대테러 방지법이 국제적인 테러 가능성을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 당국의 인식변화와 실질적인 대응책만이 대형 테러를 막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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