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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완장’의 역할과 한계
나라를 걸고 다투던 중국 춘추전국시대만큼 활발한 인재영입이 이뤄진 때도 없다. 츨신지역이나 나라의 제약도 없었다. 오로지 능력만으로 등용했다. 제자백가(諸子百家)라는 게 결국 인재시장을 나타내는 다른 말이었다. 인재영입에 가장 성공한 나라는 단연 전국을 통일한 진(秦)이다. 춘추시대 백리해(百里奚)와 건숙(叔)을 비롯해, 상앙(商), 범수(范), 이사(李斯) 등의 인재를 영입했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타국 출신이다. 상앙과 범수는 라이벌 국가였던 위(魏)나라에서 버림받은 인물이었다.

경쟁국의 인재등용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춘추시대 말 남방의 강국인 초(楚)나라를 물리친 오(吳)나라는 초나라 출신 오자서(伍子胥)를 등용한 덕분에 힘을 키울 수 이었다. 한때 약해졌던 초나라가 중흥하는 데는 위나라 출신의 병법가 오기(吳起)를 기용한 효과가 컸다. 합종연횡(合從連橫)으로 전국시대를 풍미했던 주(周)나라 출신 소진(蘇秦)과 위나라 출신 장의(張儀) 역시 여러 나라에서 벼슬을 한다. 장의는 진나라 재상에 올라 소진의 합종책을 격파한다.

그런데 경쟁국 출신으로 개혁가 가운데 끝이 좋았던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개혁으로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샀다. 상앙은 몸이 찢겨져 죽었고, 이사는 허리가 잘렸다. 오기 역시 온몸에 화살을 맞았고, 오자서도 목이 잘려 저자거리에 효수까지 됐다. 소진은 암살당했고, 장의 역시 실각한 후에 다시 위나라에 망명한 후 쓸쓸히 사망했다. 군주들은 개혁을 이룰 때까지는 ‘전권’을 주다시피하며 이들을 중용하지만, 개혁이 이뤄지고 난 후에는 기득권의 반발을 잠재우는 젯밥으로 사용했다.

경쟁국 출신 인재의 가장 큰 한계는 정치적 뿌리가 약하다는 점이다. 최고권력자가 부여한 ‘개혁완장’은 언제 떼어질 지 모른다. 스스로의 정치기반을 다지려 할수록 기득권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결국 기득권의 정점은 최고권력자다. 권력다툼의 역사로 점철된 적국 출신의 개혁가가 기득권과의 갈등을 이겨내고 실권을 유지한 사례는 거의 없다. 물론 적절한 때 권력을 내려놓고 낙향했던 백리해, 건숙, 범수의 사례도 있다.

나름 ‘개혁’임을 내세운 여야의 20대 국회의원 후보공천도 23일로 끝이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비주류 출신의 이한구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캠프에 몸 담았던 김종인 대표가 공천을 이끌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째든 형태상 이번 공천은 이-김 두 사람의 작품이다. 이제 공은 선택을 할 유권자에게 넘어갔다.

이-김 두 사람이 전국을 돌며 유세할 스타일은 아니다. 새로운 이념이나 정치철학을 내놓은 것도 없다. 또 이들이 공천한 사람들이 당선된다고 해서 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여권과 야권의 실질적인 권력 정점이 누구냐이다. 대부분의 개혁은 부국강병을 지향하지만, 그 끝은 권력자의 권력강화로 귀결됐다. 정점을 올바로 이해할 때,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다.

덤으로 이-김 두 사람의 향후 행보도 지켜볼 만 하다. 내년 대선이라는 또다른 승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총선 결과에 따라 이들의 ‘완장’이 좀 유지될 지도 모를 일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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