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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본래 취지 벗어난 비례대표제 근본적 대수술 필요
4ㆍ13 총선에 출마할 지역구 후보자에 이어 각 당의 비례대표 명단도 윤곽이 드러났다. 새누리당은 22일 확정된 비례대표 명단을 발표했으며, 순위 조정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최종 결과를 곧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늘 그랬듯 이번에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비례대표 공천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졸속 심사에 밀실 공천, 계파간 나눠먹기 등의 구태가 여전했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비례대표제는 사회적 소수자와 직능 대표자 등의 국회 진출 길을 열어줘 국민 여론을 더 다양하고 균형있게 국정에 반영한다는 게 원래 취지다. 종다수로 국회의원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발생하는 사표(死票) 현상을 조금이라도 줄여 표의 등가성을 개선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 실제 공천 과정은 이런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당의 권력을 쥔 세력이 그 세를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거나, 심지어 정치자금 조달 통로로 악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제는 많이 투명하고 공정해졌다지만 큰 틀에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이번 결과만 놓고 봐도 그렇다. 새누리당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다수 기용했다고 하나 누가 봐도 최고 권력자의 의중 반영 흔적이 역력하다.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 청와대와 정부, 친박계 인사들이 상당수 당선 안정권에 포진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더욱이 발표 전날 부랴부랴 후보 추가 공모를 마감했다니 심사의 졸속성과 투명성도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더민주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김종인 대표 주도로 만든 비례대표 순위를 친노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중앙위원회에서 확 뒤흔들었다. 뒤로 밀린 자신 계파 인사들을 당선권에 포진시킨 것이다. 그 바람에 김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소수와 직능을 대표가 아닌 계파 대표를 뽑는 비례대표 공천으로 변질돼 버린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국회에 입성한 비례대표 의원들이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구 민원 등에서 자유로운 데다 전문성도 있으니 더 활발하게 의정활동을 해야 하는데, 공천권자나 당내 권력자의 거수기 노릇에 급급하기 일쑤다. 전문가라고 뽑았는데 함량 미달인 경우도 수두룩하다. 비례대표라고 하면서 도무지 누구를 대표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대의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있다면 근본적인 대수술을 해야 한다. 20대 국회가 개원되면 본격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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