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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선 ‘절망의 정치’] 투표는 해야겠고…트럼프·힐러리는 싫고
‘親 부자·월가’ 힐러리 53% 비호감
反이민정책 트럼프도 63%가 반감
“누가되든 통합 힘들것” 우려목소리


“대선 경선 선두 주자가 이처럼 분열을 초래하고 약했던 선례가 없다.”-美 정치분석가 스티브 슈미트.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공화당)가 승세를 굳혀가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크나큰 반감 또한 역으로 부각되고 있다. 백악관의 주인이 최종적으로 누가 되던지간에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고 통합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힐러리와 트럼프에 대해 비호감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각각 53%와 63%로 나타났다. 역대 최고 비호감은 1992년 대선 후보였던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기록한 57%였고, 당시 그의 적수였던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에 대한 비호감은 38%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후보들에 대한 전체 유권자의 반감이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다.

힐러리는 ‘친(親) 부자ㆍ친 월가’ 이미지, 국무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로 보안 사항을 주고 받은 일 등이 줄곧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여론조사 응답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힐러리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로 ‘거짓말쟁이’라고 답했을 정도다. 특히 최근에는 자유무역으로 미국 내 일자리가 많이 사라졌다는 여론이 조성되면서, 과거 자유무역협정에 찬성했던 전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

트럼프 역시 저소득 백인층 사이에서는 돌풍을 일으키고는 있지만, 전체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반이민ㆍ보호무역 정책을 강조하면서 흑인과 히스패닉 사이에서 인기가 없다.

각 당의 선두주자가 이처럼 유권자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로는 ‘이념의 양극화’가 꼽힌다. 중도 성향의 민주당과 공화당이 오랜 기간 양당 체제를 이뤄온 미국은 최근 중도층 유권자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퓨리서치 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 지지자 중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은 1994년 36%에서 2014년 8%로 줄었다. 같은 기간 보수적 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도 30%에서 6%로 줄었다. 사라진 중도층은 대신 극좌와 극우로 이동해 미국 정치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한층 넓혀놨다.

문제는 이런 반감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로웰 웨이커 전 코네티컷 주지사는 “힐러리를 싫어한다”면서도 트럼프가 더 싫기 때문에 힐러리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네오콘 인사들 역시 트럼프를 막기 위해서 “차라리 힐러리에 투표해야 한다”는 선언을 줄지어 했다. 누군가가 좋아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싫어서 투표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에 대한 호감이 아닌 주류 정치에 대한 반감이 트럼프 돌풍의 원동력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국민들의 의사가 합의되지 않은 대표 선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는 정치에 대한 혐오ㆍ불신을 더욱 키우고, 앞으로 당선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떨어뜨려 국정 수행에 차질을 빚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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