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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왜?]부패 권력이 재난에 무력한 이유는…日, 원전마피아와 후쿠시마 원전사고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부패한 권력은 재난재해 앞에서 무력하다. 주어진 의무나 업무보단 기득권 유지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부패한 권력이 변화를 싫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재난재해 최근 5주기를 맞이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역시 정부와 도쿄전력의 유착관계가 만들어낸 인재(人災)였다.

도쿄 전력 산하의 원자력 발전사업은 일본이 패전국가에서 미국 동맹국으로 성장하는 주요 외교수단이었다. 냉전시대를 맞이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전 대통령은 전략적 동맹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원자력 발전을 제시했다. 이에 편승한 일본은 원자력 개발로 미일 공조를 강화하고 영국 등 선진국과의 기술 제휴를 맺어 산업발전의 동력을 마련했다.

1950~90년대까지만 해도 ‘도쿄전력은 정계진출을 위한 엘리트 코스’라는 말이 나돌았다. 도쿄전력의 초대 사장인 아라키 에이치만 봐도 그렇다. 그는 1945년 일본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하고 1952년 6월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에 의해 전후 첫 주미 대사를 역임했다. 통상 산업부 정무차관을 역임한 요사노 가오루도 마찬가지다. 그는 1963년 도쿄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해 나카소네 전 총리의 권유를 받아 일본 원자력 발전에 입사했다. 도쿄전력은 일본 원자력 발전 사의 모회사로, 원자력발전의 주식 22.8%를 보유한 대주주이다. 퇴사 후 나카소네의 보자관을 맡아 일본 원자력 발전사업을 확장하는 데에 일조했다. 나카소네와 요사노 모두 일본 원자력 위원회장을 역임한 전력이 있다. 도쿄전력은 민영기업이었지만, 정작 임원을 차지한 이들은 요시다 전 총리의 간부들이었다. 


도쿄전력 주식을 보유한 의원들. 위에서부터 이시바 시게루(자), 이노우에 신지(자), 하토야마 구니오(무소속-자민당 출신이며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의 형), 이마무라 마사히로(자), 시오자키 야스히사(자), 고미야마 요코(민), 고바야시 마사오(민), 시모죠 미츠(민), 다나카 마사코(민), 미야자와 요이치(자) [자료= j-cast.com]
도쿄전력을 둘러싼 정ㆍ관ㆍ민 유착관계를 그린 관계도 [자료=아사히 신문]

언론사도 도쿄전력을 키우는 데에 가담했다. 요미우리 신문사의 쇼리키 마쓰타로 전 사장은 당시 중의원이었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를 도와 원자력 발전을 ‘착한 핵’으로 묘사했다. 덕분에 도쿄전력은 정부 예산을 토대로 원자력 발전을 차세대 에너지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민주당 출신의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경우, 당시 손위 처남이 마이니치 신문사 사장이란 점을 이용해 자신의 의형제 아라키 히로시 도쿄전력 고문을 도왔다. 


도쿄전력과 정부 유착관계를 그린 관계도 [자료= 월간지 ‘젠신’(前進)]

니혼게이자이와 우러간 분게이슌주(文藝春秋)는 일본 총리들과 도쿄전력 고문 간의 긴말한 유착관계를 포착하기도 했다. 보도에따르면 미다라이 후지오 일본 게이단렌 전 회장과 아라키 히로시 도쿄전력 고문 등은 후쿠다 야스오와 의형제를 맺고 그의 정치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아베 신조를 따르는 경제인들은 ‘사계회’라는 모임을 구성해 지지를 표명했다. 사계회 멤버들로는 가쓰오 쓰네히사 도쿄전력 사장, 사이토 히로스 미즈호 그룹은행 총재 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아베 총리는 정계에 입문하기 전 고베 제철에서 근무했다. 고베 제철은 후쿠시마 제 1원전에서 신설되는 방사성 폐기물의 소각시설과 사용후 핵 연료의 수송 및 저장용기를 수주하기로 한 업체다. 고베 신문에 따르면 수주액은 100억 엔에 달한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계의 관계는 주식 구조만 봐도 드러난다. 후쿠시마 사태로 국영화 되기 전 도쿄전력의 핵심 주주들은 다름아닌 자민당 의원들이었다. 보유주식이 가장 많은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중의원은 자민당의 핵심 간부다. 그의 딸은 현재 도쿄전력 직원이기도 하다. 뇌물수수 혐의로 사직한 아마리 아키라 전 경제재생담당상은 2006년 경제산업 장관에 취임했을 당시 일본 전력 9개사로부터 각각 100만 엔 이상의 축하금을 받았다.

2012년 일본 국회조사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책임 주체를 규명하지 못했다. 도쿄전력 직원들의 진술에 입각해 보고서를 작성한 탓이다. 하지만 아사히와 마이니치 신문은 2011년 5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의 원자력안전기반기구(JNES)가 2007년부터 쓰나미에 의한 원전의 영향을 평가하도록 의무화한 내진 설계 지침을 권고한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한 바 있다.

결국 후쿠시마 주민들이 가쓰마타 쓰네하사 전 도쿄전력 회장 등 도쿄전력 직원 40여 명을 고소ㆍ고발했지만 검찰은 이들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달 검사 심사회이 도쿄전력의 전 경영진들을 강제기소한 것이 현재까지 이뤄진 책임 규명의 전부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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