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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파 대부’ 룰라가 다시 돌아왔다… ‘일석이조’ 가능할까?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남미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수석장관’이라는 직함을 달고 5년만에 브라질 정치무대에 공식 복귀했다. 부패 스캔들로부터 자신은 물론 자신의 후계자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구해내고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한 정국 주도권도 잡겠다는 복안으로 읽히지만, 이미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룰라는 16일(현지시간) 호세프 대통령의 수석장관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는 오는 22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수석장관은 룰라가 현재의 난국을 헤쳐가는 데 있어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는 자리다. 우선 연방정부 각료는 지역 사법당국의 수사나 재판은 면책되고, 연방검찰과 연방대법원의 수사와 재판만 받는 특권이 있다는 점에서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부패 수사를 비켜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집권 노동당 지도부의 부패 스캔들에 성난 브라질 시민들이 지난 13일 룰라 전 대통령과 호세프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

룰라는 재임(2002~2010년) 중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와 건설업체로부터 고급 자택을 무료로 리모델링 받고, 회사 임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페트로브라스로부터 사업권을 따내려는 대형 건설사들로부터 100억원에 가까운 뇌물을 받아 선거에 썼다는 혐의도 있다. 이에 연방경찰에 강제구인돼 조사를 받았고, 상파울루 주 검찰도 룰라에 대한 예방적 구금을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두번째로 수석장관이 각 정부 부처 간, 정부-의회 간, 정부-시민사회단체 간 관계를 중재하고 소통의 통로 역할을 하는 자리로 정부조직법상 행정부처를 총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국 주도권 회복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브라질 노동당은 지도부의 부패 추문이 터진데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브라질 경제가 추락하고, 지카 바이러스까지 창궐하면서 민심을 크게 잃은 상태다. 룰라는 이에 재계의 불만을 사온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 경제팀을 포함해 주요 부처 장관을 교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경제정책도 성장률 제고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에게 연립정권 참여 정당 간 정책협의와 경제정책 운용에 관해 폭넓은 자율권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노동자당과 함께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의 지지를 얻어내는 일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룰라가 ‘실세’로 복귀하면서 호세프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룰라의 이러한 시도가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우선 여론이나 경제 상황이 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에 따르면 71%에 달했던 룰라에 대한 지지율은, 비리 의혹이 불거져 ‘도덕적 정치인’이라는 가면이 벗겨진 이후 37%까지 떨어졌다. 2018년 대선 출마 예상 득표율에서도 22%에 그쳐 야권 유력 후보에 10%포인트 뒤졌다. 지난해 -3.8%를 기록했을 정도로 사상 최악의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려내고, 서민들에게 희망을 되살려주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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