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외롭게 싸우게 해 미안할 뿐이다.”(유창혁 9단)
프로바둑기사 유창혁 9단이 이 9단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유 9단은 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바둑대결 5국을 앞두고 해설을 통해 “(저를 포함해 국내외)일류 바둑고수들이 도와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할 뿐”이라며 “오늘 마지막 대결을 앞두고 그런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인공지능 알파고에 외롭고, 고독한 대결을 펼치는 이세돌 9단에 대한 격려이자 안타깝고 고마울 뿐이라는 표현이다.
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바둑대결 제5국이 15일 오후 1시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시작됐다.
이세돌 9단은 마음을 비웠다. 이미 알파고에 3연패를 한 이후라 5국 승패 자체는 전체 승부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이미 알파고엔 졌다.
그러나 5국은 이세돌 9단으로서 무한도전의 의미를 갖는 남다른 대국이다. 3연패 뒤 4국에서 1승을 건져 체면을 차렸고, 이세돌의 위력을 입증했지만 5국에선 아름다운 승부를 맺는것이 이 9단의 대국에 임하는 소감이다.
5국은 아름다운 대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9단이 1승을 얻으면서 마음의 짐을 해소했기에 큰 부담없이 본인의 스타일대로 바둑판을 창조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유창혁 9단의 말대로 이세돌 9단은 외롭고 고독하다. 컴퓨터와 힘을 겨룬다는 게 이렇듯 힘들고 버거운 일인 줄 몰랐던 그다. 마음은 이미 비웠다.
그래서 더욱 5국에서 사활건 불꽃승부를 이 9단은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홍민표 9단은 “이세돌 9단이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는 대국이며, 그래서 이세돌다운 수를 구상할 것 같다”며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승부가 명국으로 펼쳐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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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이세돌-알파고 대국 이미지. |
5국은 이세돌 9단의 흑으로 시작됐다. 이세돌 9단은 4국 승리 후 “흑을 잡고 5국은 두고 싶다”고 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이 9단이 흑을 자청한 것은 한가지 이유다. 대국을 주도하면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알파고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다시한번 확인하고는 또다른 창조의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뜻이다. 인간의 도전의식이 느껴지는 행보다.
흑을 쥐면 선수를 취하기에 자신의 스타일대로 바둑판을 그려나갈 수 있다. 대신 7.5집의 덤을 부담해야 한다. 먼저 두는 대신 백보다 무조건 7.5집을 많이 확보해야 이긴다는 뜻이다.
유창혁 9단은 “이세돌 9단이 끌려가기보다 능동적으로 판을 짜겠다는 의중이 강하다”며 “오늘은 창조적인 묘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바둑 역사, 아니 지구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불꽃같은 전쟁’은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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