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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근의 역설'...주 5일 야근하는 김대리 생산성은 왜 낮은 걸까
[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어제 야근을 했더니 멍하다. 정신 차리려고 커피한잔 마시는데 팀장이 마케팅팀 회의엘 가잔다. 의미 없이 앉아있다 나와서는 부랴부랴 어제 못 마친 전무님 보고 준비를 시작했다. 어느새 오전이 가고 드디어 전무님 보고시간. 얼마나 깨질까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게 아니잖아’라는 불호령과 함께 보고서 방향이 통째 뒤틀렸다. 오후에 외근 다녀오니 벌써 퇴근시간…이제 또 야근인가.대기업에 다니는 김 대리는 주 5일 야근을 한다. 하지만 업무 생산성은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습적으로 야근하는 근로자가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맥킨지와 함께 8개 기업 직원 45명의 일과를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이같이 분석됐다고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김 대리는 하루 평균 11시간30분 근무해 다른 직원 평균 근로시간 9시간50분보다 1시간40분가량 더 오래 일했다.

그렇다면 생산성은 어떨까.

김 대리는 업무 생산성은 45%에 그쳐 다른 직원들 평균(57%)보다 낮았다.

실제 생산적인 업무 시간도 김 대리(11시간30분×45%=5시간11분)보다 다른 직원평균(9시간50분×57%=5시간36분)이 25분 더 길었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야근을 할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이라고 분석했다.



야근문화의 근본 원인은 비과학적 업무 프로세스와 상명하복의 불통문화가 지목됐다.

대한상의는 “실제 조사에서는 퇴근 전 갑작스러운 업무 지시나 불명확한 업무 분장으로 한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경우 업무지시 과정에서 배경이나 취지에 대한 소통이 부족해 일이 몇 곱절 늘어나 야근하는 사례가 수시로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한상의 조사에서 저출산ㆍ고령화 극복의 핵심과제로 여성근로 활용제고가 부각되고 있지만, 직장인들은 ‘여전히 여성이 평가·승진 등에서 불리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왔다.

여성인재에 작용하는 핸디캡 또한 야근이었다. 여성의 야근일수는 주5일 평균 2.0일로 남성(2.3일)에 비해 다소 적었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수준으로 나타났다. 야근의 이면에 존재하는 여성의 ‘사내 눈치보기’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한상의는 “육아를 위한 불가피한 상황조차도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야근 핸디캡과 사내 눈치보기가 여성의 당당한 조직생활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과장 최 모씨 “야근이나 회식 때 애 때문에 일찍 가봐야 한다고 하면 배려해주지만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눈치 보이고 소외되는 것 같고, 직장에 몰입하기 힘들어진다”고 자조했다.

여성인재에 대한 편견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사평가나 승진 등에서 불리한 원인에 대해 여성들은 ‘출산육아로 인한 업무공백’(34.7%), ‘여성의 업무능력에 대한 편견’(30.4%)을 꼽았지만 남성들은 ‘출산․육아문제’(22.6%)보다 ‘여성이 업무에 소극적’(23.7%)이라는 점을 꼽아 남녀간 인식차를 보여줬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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