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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에 부는 자유연애 바람…SNS 시대의 사랑법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않았어요.” 올해로 스물세살이 된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은, 어머니가 중매쟁이를 통해 남자를 소개시켜주자 이를 거절했다. 그는 대신 페이스북을 통해 남자 친구를 만났다. 그는 “주변 친구들 모두 SNS에서 남자를 만난다”며 SNS를 통해 결혼 상대를 찾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SNS는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이다. 자유 연애를 한 것이 발각됐다가는 자칫 명예살인까지 당할 수 있을 만큼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사우디에서, SNS가 젊은이들의 ‘연애할 권리’를 지켜주는 보루가 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워싱턴포스트(WP)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인들은 당국의 감시를 피해 SNS로 밀어를 주고 받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 틴더와 같은 글로벌 소셜 데이팅 앱은 종교 경찰의 단속이 심하기 때문에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일단 인스타그램으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물색한 후, 와츠앱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로 ‘작업’을 걸기 시작한다. 서로가 어느 정도 신뢰할만하다 싶으면 스냅챗으로 사진을 교환하고, 자동차 같은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직접 만남도 갖는다.

수도 리야드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디마(19)라는 이름의 여학생은 “스냅챗에 사진을 올리면 관계가 점점 진지해지고 있다는 거에요”라며 최근 SNS를 통해 3명의 남성을 만난 바 있다고 말했다.

하스나 알 케니르라는 한 여성 간행물 필자는 여성 권력의 신장이 SNS를 통한 연애 열풍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록 사우디의 여성은 여전히 세계에서 유일하게 운전할 권리가 박탈당한 상태고 해외 여행을 하는 것도 자유롭지 않지만, 교육 수준이나 노동 현장에서 권리가 신장되면서 점점 자신감을 갖고 연애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SNS가 있기 전에도 사우디인들은 은밀하게 연애를 하는 법들을 개발해 왔다. 가령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에는 남성이 자신의 자동차에 전화번호를 보이게 전시해 둠으로써 여성이 자신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게끔 했다. 그러나 SNS를 통해 익명성을 보장받으면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됨으로써 자유 연애가 꽃피고 있다. 압둘라만 알 슈키르라는 사회학자는 “SNS의 사적인 대화 채널이 의미있는 관계를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그로 인해 미혼자들 사이에 물리적인 접촉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를 막기 위한 당국의 단속은 폭주를 방불케 할만큼 거세지고 있다. WP는 종교 경찰이 커피숍이나 대형몰 같은 오프라인 공간 뿐만 아니라 온라인 토론장까지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함정 수사까지 진행된다. 결혼한 지 10년 정도 된 투르키(35) 씨는 1년 전 스냅챗을 통해 만난 여성과 만남을 시도했는데 이는 경찰이 파놓은 함정이었다. 이혼 위기에 처한 그는 “당국이 점점 미쳐가고 있다”며 비판했다. 아마드 알 감디라는 메카의 전 종교 경찰 수장은 “SNS는 사람들을 감시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공권력이 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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