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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 공습경보] 알파고 가족, 6~7년만에 바둑 점령 ‘SF=현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인간들이 알파고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신기함의 대상이었지만, 어느새 공포와 경이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세돌 9단을 무너뜨린 이후 알파고를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다. 그만큼 신비로울 정도로 완벽하고, 허점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기력을 입증했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의 진화와 미래시대 그 파괴력에 대해 다시한번 조명되고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나온지는 60년이 됐지만, 본격적으로 우리 시대에 와서 꽃을 피우려는 인공지능에 대해 경계와 함께 동반자로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 물음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인공지능이 60살 정도 됐지만, 아직까지는 기계 수준이라는 게 사람들 인식이었다.

컴퓨터가 체스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1968년이다. 당시 체스 선수에게 도전한 컴퓨터, 그리고 인공지능의 수준은 지금의 흔한 개인용PC와 비슷한 정도였다. 그리고 의미있는 컴퓨터의 첫 승리까지는 20년이 지난 1988년에나 가능했다.

우리의 장기와 비슷한 룰과 경우의 수를 가진 체스를 정복한 컴퓨터는 이제 한 차원 높은 바둑에 도전했다. 2010년 컴퓨터 전문가이자 수준 높은 바둑기사인 존 트롬프는 컴퓨터의 도전을 여유있게 따돌렸고, 이 같은 인간의 우위는 최소한 몇 십년은 될 것 같았다. 10의 120승 정도인 체스판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변화물쌍한 바둑판의 흐름은, 의외의 변수가 난무하기에 임기응변 대응이 불가능한 컴퓨터, 그리고 인공지능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대표하는 알파고는 세계 최고의 바둑 고수 중 한명인 이세돌 9단을 연거푸 이겼다. 바둑에 슈퍼컴퓨터,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불리는 소프트웨어(SW)가 도전한 지 불과 6~7년만에 이뤄낸 성과다.

체스와는 비교가 안되는 더 복잡하고 다양한, 그래서 인공지능의 객관성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보였던 바둑에서의 연승을 바라본 사람들은 짧아진 시간 뿐 아니라 그 과정 때문에 더욱 당혹해 하는 듯 하다. 마치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처럼, 다양한 변칙 공격을 구사하고, 때로는 시간을 끄는 등의 신경전까지 펼쳤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놀라운 객관식 암산능력에 ‘꽤’라는 주관의 영역이 더해진 모습 그 자체였다.

첫 대국 직후 이세돌 9단은 “풀어가는 능력이 굉장히 놀라웠고, 또 자신이 없다면 둘 수 없는 승부수를 던진 것에 한번 더 놀랐다”고 알파고의 실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둘째판 후에는 인공지능의 실력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지고있는 줄을 모르고 있다가 졌다는 뜻도 밝혔다. 그만큼 알파고의 위력을 절감한 것이다.

이 9단을 이긴 알파고를 만들고 관리하는 구글은 반대로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데이비드 실버 구글 알파고 프로젝트 팀장은 “대국을 치루는 모든 순간이 알파고가 보유한 한계치까지 밀고 나가야 했던 시점”이라며 “알파고의 한계를 시험하는 자리였고, (연승을)이뤄낸 업적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구글 관계자는 “자신도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며 “알파고를 사람인것 처럼 지칭한 순간이 있었다. 어떤 순간에는 진정한 지능이라는 면모를 보는 듯했다”고 스스로의 업적을 평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슈퍼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수준을 넘어, 이제 인류의 지능과 비교되는 ‘인공지능(AI)’은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더 무서운 존재다. 단순히 사람이 넣어준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데이터를 응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영화 어벤저스 속 울트론이 사람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뛰어난 학습능력으로, 단숨에 인류를 파멸 직전까지 몰고간 공상과학영화(SF)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첫 대결을 통해 머지않은 시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전에 정해진 명령에 따라 빠른 계산을 수행하는 컴퓨터가 인간의 인지능력과 학습능력, 이해능력, 추론능력을 실현하는 인공지능으로 발전했다”며 “이제는 패턴 인식, 기계 학습, 전문가 시스템, 인공 신경망, 자연어 처리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된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 진화하는 컴퓨터, 인공지능이 진짜 인간의 영역을 대체해 가는 미래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이번 대국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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