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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돌 vs 알파고 3국] 난공불락 알파고…‘이세돌다운 수’가 실낱 희망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이세돌 9단의 ‘알파고와의 대전’ 패배는 충격적이다. 그냥 밀린 게 아니라, 내용과 정신적 측면에서 1, 2국에선 모두 뒤졌다. 세계 최고수의 대결에서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치열한 기세싸움, 공격과 반격에서의 타이밍 대결, 심리 대결까지 총체적 요소가 결합해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인류 최강 기사 이세돌의 연일 완패는아쉽다.

알파고는 1, 2국을 통해 도전감이 충만한 뛰어난 전사이자, 초정밀 계산기로서의 능력까지 보여줬다. 1국에서의 102번째 수, 2국에서의 37번째 수를 통해 기계가 가질 수 없다던 저돌적이면서도 때론 직관의 대세관도 갖추고 있음을 입증했다.

중요한 것은 이세돌-알파고의 향후 승패 전적은 의미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설령 이세돌이 세판을 연거푸 이겨 3:2로 최종 이긴다고 해도 알파고의 위력이 인간을 뛰어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순 없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배경엔 1, 2국을 종합해보면 이세돌이 남은 대국 중 한판을 이기는 것도 버거워보인다는 것이 자리한다. 


이세돌이 남은 대국에서 선전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세계 최고수들과의 대결에서도 두려움을 갖지 않았던 이세돌이다. 이세돌 하면 일단 겁이 없는 기사로 통한다. 하지만 첫판 알파고의 위력을 확인하곤, 상상 외로 알파고가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 후 무력감에 빠져들 수도 있다. 이세돌 다운 수가 실종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2국을 해설했던 유창혁 9단은 “이세돌 9단이 실수한 것은 없다. 하지만 평소 이세돌 답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세돌의 저돌적이며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이 빛을 발한 수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이세돌 답게 싸우는 것이 남은 대국의 포인트”라고 했다.

사실 첫 판은 이세돌이 베일에 쌓인 알파고를 상대로 한 실험적인 수도 몇개 나왔다. 알파고 대응 수위에 따라 다양한 변화 가능성을 모색한 것이다. 이는 세계 최고수 사이에선 위험한 일이다. 상대방 기보를 꿰차고 있지 못한 이상 실험수보다는 자신의 기풍대로 주도권을 잡고,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는 승부가 이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판에서는 이세돌은 신중했다. 싸움을 피하고, 실리작전으로 임했다. 결국은 이 작전도 실패했다. 유창혁 9단은 “이세돌 9단이 몇차례 강공 승부수를 던질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알파고는 이세돌의 기보를 완벽히 흡수했다. 이 9단이 대응할 착수를 예단하는 능력을 키워왔다. 이세돌은 알파고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그가 본 기보는 판후이 2단과의 대국 내용 외엔 없었을 수 있기에 ‘적을 알면 이긴다’는 원칙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세돌 9단의 연패는 충격적이다. 실수한 것이 없고, 특별히 이상한 것도 없었는데 중반이후 어느새 불리한 형국이 돼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질때는 지더라도 이세돌 다운 수로 승부, 남은 대결에 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세돌 하면 떠오르는 기발한 착상, 적절한 타이밍의 역공, 허를 찌르는 발상 등을 통해 어쩌면 정면 충돌하는 게 이길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벌이면 끝내기가 완벽한 알파고에 당할 수 있으므로 중반 전까지 획득물을 대거 생산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 9단은 하루동안 쉬었다. 알파고는 피곤을 모르지만, 인간은 피곤하다. 하루로 충전의 시간은 충분하지 않겠지만, 충격을 딛고 마음을 추스린채 이세돌만의 바둑을 둔다면 어쩌면 뜻밖에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바둑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바둑대결 3국은 12일 오후 1시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된다. 오후 5~6시 쯤이면 3국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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