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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속옷 훔치는 성도착증, 성범죄로 이어질수도
[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 “17살 때 옆집에 살던 형 집에 놀러갔을 때 그 형이 여자 속옷을 입고 누워 있었어요. 처음에는 이상했는데 어느 순간 흥분되더라고요”

여성의 팬티에 집착을 느끼고 여러 차례에 걸쳐 훔치는 양모(42)씨의 ‘페티시즘’은 그렇게 시작됐다. 속옷을 훔칠 때는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며 흥분되지만 훔친 뒤에는 ‘내가 이걸 왜 가져 왔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훔친 속옷 중 분홍색이나 하늘색, 화려한 꽃무늬 등 마음에 드는 속옷으로 자위행위를 하고 버렸다. 비단 젊은 여성의 것만은 아니었다.

부산에 거주하는 양씨는 마약 중독, 준강도미수 등으로 2년의 징역을 살고 출소한 이후 하루에 5번에 걸쳐 여성 하의 속옷을 훔치다 검거됐다. 한 차례는 빨래 건조대에 있는 속옷을 훔치는데 성공했고 다른 한번은 방충망을 찢고 집안으로 들어가 훔쳐나오기도 했다. 그외엔 집 주인에게 발각돼 도망쳤다. 도망치다 속옷이 보이면 다시 훔치러 다른 집에 들어갔다.

양씨는 경찰조사에서 신고되지 않은 속옷 절도 건이 7건 더 있다고 자백했다. 게다가 이미 양씨는 속옷 절도로 4번의 전과가 있었고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받은 상황이었다. 대마초나 필로폰을 피운 상태로 속옷을 훔치기도 했다. 양씨의 특이한 ‘도벽’이 습관적이고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9일 경찰청이 발간한 범죄행동분석연구 창간호에서 양씨 사건을 통해 페티시즘(Fetishism)에 대해 연구한 임흠규ㆍ김해선 부산경찰청 범죄분석요원은 ”페티시즘으로 각성된 상태에서는 마음에 드는 속옷을 손에 넣거나 외부적으로 절도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기 전까지 최초 범행 지역을 배회하며 연쇄적으로 절도 행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페티시즘은 일반적으로 여성의 신체를 상징하거나 여성의 몸에 닿는 물건에 대해 흥분하는 ‘성 도착증’을 말한다. 페티시즘이라는 용어는 포르투갈어로 ‘마법‘, ’부적‘을 뜻하는 ’페이티소(feitico)‘에서 왔는데 15세기 포르투갈이 서아프리카 지역에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이 지역의 범신론적 토착신앙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페티시즘의 원인에 대한 연구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로부터 시작됐다. 프로이드는 “페티시즘에 빠진 남성들은 무의식적인 거세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정신분석학자나 의학자들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SAD) 또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등 정신 행동 장애나 측두엽 혈류량 감소 등이 페티시즘으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놨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같은 페티시즘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을 경우 사람을 상대로 한 성범죄나 성적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관련 논문에 따르면 성적 살인으로 검거된 살인자의 약 40%는 주거침입절도 전과가 있으며 이들 전과의 대부분은 페티시즘이나 관음증에서 시작됐다.

보고서는 “다른 일반 범죄와 달리 성도착증 관련 범죄는 재범률이 높아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회로 복귀하면 심각한 범죄로 나아갈 수 있다”며 “성범죄자 특성에 맞는 적절한 치료 프로그램이 개발,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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