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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라푸라푸와 마젤란
[쉼표] 필리핀 세부(州) 라푸라푸시(市)는 막탄국제공항과 많은 휴양시설이 자리잡고 있어 전세계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곳이다. 인구는 22만명으로 강릉과 비슷하다.

도시이름은 16세기 필리핀의 민족 지도자 라푸라푸(Lapu Lapu, 1491~1542)에서 땄다. 라푸라푸는 막탄섬 영주이며 세부 본섬 왕인 라하후마본과는 서열상 아래였지만, 백성들의 지지가 높아 경쟁적인 관계였다.

1521년 3월16일 세계일주에 나섰던 페르디난드 마젤란(1480~1521)이 필리핀 세부에 상륙한다.

초ㆍ중등 교과서는 최초로 세계일주에 성공하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입증한 탐험가 같은 느낌을 주지만, 사실은 신성로마제국 황제와의 협의를 거쳐, 정치,경제,종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출정한 군사조직 형태의 선단이다. 마치 드라마 ‘주몽’에 나왔던 졸본부여 호족 연타발처럼 말이다.

그는 무장한 240명을 태우고 세부에 상륙, 라하후마본 왕족을 ‘무혈’ 개종시키는데 성공한다. 라푸라푸는 이 소식을 듣고 “왕이 백성을 최우선으로 보살피고 섬겨야하는데, 옳지 않은 판단”이라면서 반대한다.

너무 손쉽게 세부를 장악한 마젤란은 한달 뒤 이웃섬 막탄 상륙을 시도하지만, 열대지방에서 유럽식 전투복은 악재가 되어 라푸라푸 시민군 병사에 의해 전사한다. 살아서 본국까지 돌아간 마젤란 선단 요원은 20명 안팎이었다. 라푸라푸는 우리로 치면 병인양요에서 승전한 강화도의 양헌수 장군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현재 크리스트교 국가인 필리핀 국민은 라푸라푸를 나라 지킨 민족 지도자로, 마젤란을 하느님의 복음 전파자로 모두 추앙한다. 필리핀은 자신을 지배하거나 거쳐간 스페인, 미국, 일본 등 모든 이를 품는다. 행복지수 1위인 그들의 포용력이 부럽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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