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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보수도 공천내홍...트럼프 두고 '친트 vs 비트'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오는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 대전을 앞두고 강(强)대 강(强)이 맞붙었다. ‘아웃사이더’ 도덜드 트럼프와 ‘반(反) 트럼프’ 깃발을 내건 공화당 주류간 싸움이 본 라운드에 들어간 셈이다.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감에 노골적으로 ‘반 트럼프’ 여론몰이에 본격 나섰고, 트럼프는 이에 맞서 제3당 또는 무소속 출마 카드까지 꺼내며 역공에 나섰다. 특히 양 진영간 설전은 ‘미니 슈퍼 화요일’ 승패에 따라 공화당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이 두 동강 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밋 롬니. [사진=게티이미지]

공화당 주류에선 2012년 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트럼프를 향해 “사기꾼이다” “3류 연극이다”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직격탄을 날리며 트럼프 총공세에 포문을 열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들도 잇따라 롬니의 바통을 이어 받으며 트럼프 공격에 거들고 나섰다.

롬니 전 주지사는 3일 유타대학 연설에서 트럼프를 “사기꾼”이라 칭하며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지명한다면 안전하고 번영된 미래에 대한 전망은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신 마코 루비오와 테드 크루즈, 존 케이식 가운데 한 사람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정치권에서 ‘진중하고 점잖다’는 평가를 들어온 롬니는 이날 트럼프에 대해 전례 없이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트럼프가 “부정직의 상징”이며 “탐욕적 동기로 약자를 괴롭히고 여성을 혐오하며 과시욕에 불타고 사생활을 자랑하고 저속한 연설을 쏟아내고 부조리한 3류 연극을 방불케 한다”고 비판했다.

롬니는 또 트럼프의 공약에 대해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학’의 학위처럼 쓸모없는 것”이라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러시아가 IS 격퇴 작전을 이끌도록 한다는 공약에 대해서는 “가장 황당하고 위험스러운 것”이라고 했고, 중국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물리겠다 한 조세정책에 대해서는 “무역전쟁을 촉발하고 일자리를 없앨 뿐만 아니라 재정적자를 키울 것”이라고 했다.

롬니의 발언은 트럼프의 대선 후보 지명이 가시화되면서 공화당 주류 진영이 공유하고 있는 우려를 반영한다. 트럼프는 서방의 가치를 바탕으로 세계 질서를 수호하려는 미국의 외교적 위상이나 자유무역주의와는 정반대의 정책을 표방해왔고, 이는 공화당 주류에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이에 조지 부시 정부의 축이었던 네오콘 인사들은 “차라리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낫다”는 말까지 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사진=게티이미지]

롬니 연설 직후에도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지각없고 위험한 발언을 둘러싼 많은 우려에 대해 나 역시 공감하고 있다”고 성명을 냈고,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롬니는 우리당의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그는 당과 국가의 미래에 대해 깊이 걱정하고 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트럼프 반대 입장을 밝힌 주요인사는 연방의원을 포함해 총 22명에 이른다.

공화당을 외부에서 후원하고 있는 민간 정치자금단체인 슈퍼팩(Super PAC)도 일제히 트럼프 비판 광고를 쏟아내며 트럼프 저지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슈퍼팩와 다른 독립단체는 트럼프가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인 ‘슈퍼 화요일(1일)’ 경선 이튿날인 2일에만 2500만 달러(308억원)를 트럼프 비판 광고에 쏟아부었다.

트럼프가 과반수의 대의원(1237명)을 확보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다. 만일 경선 후보 중 누구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7월 중재전당대회를 통해 트럼프가 아닌 다른 이를 대선 후보로 지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2ㆍ3위 후보인 크루즈와 루비오 의원이 박빙의 지지율로 단일화가 쉽지 않은 데다, 설혹 단일화하더라도 트럼프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중재전당대회는 공화당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트럼프의 기세는 거침이 없다. 여론조사기관 마젤란과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오는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도 2위 후보를 두배 가까운 지지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2008년 대선에서 실패했던’ 롬니의 이번 연설이 오히려 트럼프의 지지층을 단단하게 결속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트럼프 역시 지지율이 높은 만큼, 공화당이 자신을 버릴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며 당을 압박했다. 트럼프는 “TV를 보면 나를 비판하는 주류 기득권층의 광고로 넘쳐나는데 이는 정말로 불공정한 것”이라면서 “만약 내가 당을 떠난다면 무소속 출마, 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무소속 출마에 관계없이 나를 지지하는 수백만 명의 유권자들은 나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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