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트럼프 팬덤 왜?…“착한아이 콤플렉스 걷어치워라”
“원하는 것 반드시 얻는 스타일”
직설법으로 밑바닥 본성 자극
엄청난 富바탕 자력 선거운동
좌절, 절망의 미국인에 희망



“트럼프<사진>가 무엇을 원하면 그는 반드시 그걸 쟁취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싸워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19세 타리오 밀스라는 한 여성이 전하는 말이다. 성소수자의 권리(LGBT)를 원한다는 그녀는 트럼프가 LGBT와 거리가 먼 후보라는 사실에도 아랑곳 않는다. 그녀는 오히려 “내가 트럼프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그를 지지할 것이다”고 말한다.

이쯤되면 ‘트럼프 팬덤’이다.

보통 미국인이라면 트럼프를 찍지 않을 것이라는 게 세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생각은 무참히 쓰레기통에 던져졌다. 격렬한 반대 목소리에도 트럼프는 대선 본선에 성큼 다가섰다. ‘키가 작든, 크든, 뚱둥하든 마른 사람이건,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건, 그렇지 못한 사람이건, 열렬한 복음주의자건, 군인이건’ 보통 미국인들은 오히려 트럼프에게 열광하고 있다. ▶관련기사 8면

‘트럼프 대통령’. 이제는 단순히 웃어 넘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해 말 가정한 ‘최악의 2016년’의 전제조건 중 하나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왜 미국인들은 세간의 비웃음을 받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일까?

반(反) 트럼프 미국인들이, 그리고 보통 세계인들이 이해 못하는 ‘트럼프 팬덤’엔 자기몰두, 좌절, 그리고 무수히 절망하면서도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인간의 가장 밑바닥 본성이 현실 정치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에 대해 “트럼프 랠리는 팔팔 끓는 가마솥 처럼 인간의 가장 밑바닥 본성이 분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간 미국인의 환상에 덧칠돼 있던 ‘세계 경찰’ ‘아메리칸 드림’ ‘선과 악의 대결에서 세상을 구하는 영웅’ 같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환멸이 ‘트럼프 팬덤’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좌충우돌 트럼프를 통해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벗어던지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점잖을 빼지도 않았다. 게다가 트럼프는 그동안 백인 보통 미국 남성들이 말하고 싶었던 말들을 속 시원하게 대놓고 떠들었다. 멕시코 등 이민자들을 미국에서 내쫓아야 된다느니 같은 말들을 내뱉는 데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열성팬들에게 트럼프는 터프하면서도 가죽 벨트를 계속 담금질하는 그런 카리스마까지 가진 사람으로 인식됐다.

정치적 수사로 애매모호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세계의 지도자 역할에 충실했던 현재까지의 정치권에 ‘분노’를 느끼고 있던 미국인들은 환호했다. 자신이 말한 바를 추진하지 못할 위인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통념상의 ‘이미지 관리’와는 거리가 멀고, 누구보다 확신을 담아 거칠고, 직설적이며, 강하게 주장을 펼치는 그는 다른 정치인들의 방해 공작에도 쉽게 굴복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엄청난 재산으로 최대한 손 벌리지 않고 대선 레이스를 이어 온 만큼 ‘공신’들의 영향력이 비교적 적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것이 외형은 화려하고 그럴듯하지만 내부는 뒤틀려 있었던 미국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은 ‘위대한 개츠비’를 닮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모범적 미국’으로서 착한아이 콤플레스를 유지하기에는 현실의 힘이 너무나도 강해지고 말았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