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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순탄치 않을 재정의 미래 - 허용석 삼일회계법인 고문
재정은 세상이 편안할 때는 집을 안정적으로 고이는 주춧돌 같은 역할을 하지만, 세상이 위태로울 때는 거센 비바람을 막는 보루와 같은 역할을 한다. 다행히 현재 우리 재정의 모습은 양적 측면에서 괜찮아 보인다. 그런데 30∼40년 뒤의 모습은 어떨까.

장기적으로 재정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크게 인구와 성장, 두 가지이다. 2014년 5042만명이었던 총인구는 2030년에 5216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2060년에 4396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639만명이었던 고령인구는 2060년 1762만명이 될 것이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복지지출이 증가한다.

성장은 재정수입에 영향을 준다. 둘 간에는 정(正)의 상관관계가 있다. 성장률 장기 전망은 하락세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16∼2020년 중 연평균 성장률이 3.8%, 2056~2060년 중에는 1.0%가 될 것으로 본다.

두 변수를 감안해 2011년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장기재정전망(2012∼2050년)을 했다. 당시 시행되던 복지제도와 중기재정계획상의 수치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2050년에 국가채무는 GDP 대비 128%가 될 것으로 봤다. 이때 조세ㆍ국민부담률은 각각 20.1%, 29.5%로 예상됐다. 대상기간 중 조세부담률을 1.7%p 가량 늘려봤더니 국가채무비율은 OECD 평균 수준인 98%로 떨어졌고, 3.7%p를 늘렸더니 EU의 재정안정화규약 상의 국가채무기준인 60%로 떨어졌다.

2014년에 국회예산정책처도 장기재정전망(2014∼2060년)을 했다. 역시 당시의 복지제도와 조세부담 수준이 유지된다고 가정했는데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69%가 됐다. 2033년 경 국가채무가 65%가 되는데 이 시기를 지나면 재정이 자기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봤다. 재정의 자기 기능 유지가 어려워졌다는 건 국가가 재정수지를 흑자 내어 채무를 줄이는 일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는 걸 의미한다. 대상 기간 중 조세부담률을 5.2%p 가량 높였더니 국가채무비율이 89%로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장기재정전망(2016∼2060년)을 했다. 기존 연구와 달리 국가재정을 일반재정과 사회보험, 둘로 나누어 각각의 미래 모습을 보았는데 일반재정의 경우 모양이 비교적 양호하게 나왔다. 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로 묶었을 때 국가채무비율이 2060년에 62%, 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보다 10% 낮게 묶었을 때 38%가 될 것으로 보았다. 9개 사회보험을 대상으로 한 전망은 어두웠다.

현재의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바꾸지 않으면 궁극에는 현재의 사회보험혜택을 46% 가량 줄이거나 보험료 부담을 일시에 11.4%p 늘려야 할 것으로 봤다.

지속가능한 재정의 미래를 현실성 있게 설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우리가 어떤 유형의 복지국가를 지향해 나갈 것인지 미리 정해 두는 게 좋겠다. 여기에는 보편적ㆍ선택적 복지, 중부담-중복지, 고부담-고복지에 대한 논의가 포함된다. 성장률을 높이는 일은 재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정부가 저출산ㆍ고령화 대책과 잠재성장률 제고 대책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재정지출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계속돼야 한다. 재정지출의 증가를 억제하고 생산성을 높이되 추경은 원칙적으로 편성하지 않는다. 재정수지, 재정지출, 국가채무 등에 대한 총량적 재정 규율이 제도화돼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재정의 유연성과 강제성 간의 균형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30~40년 시계를 갖고 조세ㆍ국민부담률을 20% 중반대, 30% 중ㆍ후반대로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대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경우에도 우리 재정의 미래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통일 변수 때문이다. 외국의 한 통일 문제 전문가는 “통일은 외환위기 때와는 다른 재앙 수준의 재정 부담을 한국민에게 지워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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