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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갈래] 새풀옷 입고 온 봄의 전령, 꽃 맞이 길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영월과 경계를 나누는 정선쪽 동강 자락 오지에서 정선 5일장이 열리는 읍내로 가는 길은 고단했다. 그래도 자식들에게 안겨줄 때때옷이며, 대엿새 먹을 낟알에 소채며, 밭에 뿌려줄 비료를 챙겼으니 부자가 된 것만 같다.

리어커에 가득했던 배추 내다 팔고, 살림살이를 대신 채워 비지땀 흘려가며 1시간30분 가량 걷다가 동강에 이르면 할미꽃이 반긴다. 착한 시어머니 같은 할미꽃이 “우리 며느리, 내 새끼 고생했다”고 토닥여주는 사이, 36굽이 뱅뱅이길로 지는 석양은 또 얼마나 탐스러운 색깔을 내는지….

정선 병방산 오른쪽 뱅뱅이길은 1974년 동강로(호박길)이 생기기 전까지 귤암리 주민들이 정선 5일장터에서 생필품을 운반했던 곳이다.

경사를 완만히 하려니 굽이굽이 돌아가게 길을 닦을 수 밖에 없었기에 뱅뱅이재, 뱅뱅이길로 불렸다. 호흡이 가빠져도 병방치에서 굽이치는 동강의 아름다움을 보는 순간 가슴 뻥 뚫리는 듯 하다. 3월 하순에 만개하는 할미꽃은 큰 군락을 이뤄 ‘할미꽃 마을’까지 만들었다.

길에는 추억이 있고, 계절의 전령이 함께 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봄꽃맞이’길 순서대로 추억여행을 떠나보자.


멋진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충남 서천의 해지게길에는 동백정 동백나무 숲의 푸르름과 마량포구 서해안의 붉은 해돋이가 공존하는 곳이다. 동백정에서 시작해 마량포구에서 끝나는 3.3㎞ 길이다. 마량포구에서는 매년 광어축제, 해돋이 축제가 열릴 정도로 낙조가 장관이다.

군산 고군산군도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신시도는 본래 섬이었으나 33.9㎞의 세계 최장의 방조제 건설로 육지와 연결됐다. 최치원 선생이 이곳에서 글공부를 했다고 한다. 신시도 월영산 고개를 넘으며 새만금방조제 배수관문에서 바닷물이 들락날락하는 풍경이 재미있다. 월영산 정상에 오르면 무녀도와 선유도, 장자도, 관리도로 이어지는 섬 무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과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을 잇는 15.1km의 지리산 둘레길 21코스에는 봄마다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는 돌담 옆 산수유 물결이 가득하다. 편백나무숲을 지나 계척마을에 이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할머니 산수유나무’를 만나고, 정겨운 돌담길도 걷게 된다. 3월 말이면 현천마을까지 산수유가 온 산촌을 뒤덮는다.


추억을 되짚고, 마음을 다스리고 싶다면

다산 정약용이 18년간 유배생활을 보낸 강진에는 다산초당, 백련사 동백림, 강진만, 영랑 김윤식 생가 등이 있다. 다산초당에서 백년사로 이어지는 숲길은 다산이 친구인 백년사 혜장선사를 만나기 위해 밤마다 걸어갔던 길이다. 특히 3월에는 백련사 동백림의 만개한 동백꽃을 볼 수 있다. 영랑 생가에는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사이로 동백이 눈부시게 피어난다.

목포를 한번 가든 열번 가든 방문객은 가장 먼저 유달산 일등바위 꼭대기에 있는 엄지바위(‘좋아요’ 바위)로 발길을 재촉한다. 3월 중순 동백이 만개하고 이후 개나리가 피어나 트레킹족과 함께 걷는다. 유달산 정상에 올라서면 다도해의 경관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선암사에서 송광사에 이르는 천년불심길은 조계산을 찾는 전국의 등산객들로 붐빈다. 12㎞이지만 등산로라기 보다는 산책길에 가깝다. 계곡물, 봄 새 지저귐, 봄꽃, 연초록 신록 등 3색 4중주를 만끽하며 걷다보면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보리밥집을 만나다. 3월 선암사의 매화부터 4~5월 송광사 벚꽃까지 춘향(春香)이 백일간 이어진다.


보배에 견줄 미인도의 치명적인 유혹

여수 하화도는 임진왜란 때 안동 장씨가 정착해 형성된 마을로 해안절벽(큰굴)이 최고의 비경을 자랑한다. 마을의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이며, 예로부터 꽃이 많은 섬이라는 뜻으로 ‘하화도’, ‘아랫꽃섬’이라 불렸다. 바다를 벗 삼아 섬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로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길에는 꽃이 하나 가득 피어있다.

2016 관광도시 통영의 비진도 산호길은 연청록 남해바다 풍경과 해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풍광과 생활모습을 한눈에 볼수 있다. ‘견줄 비(比)’, ‘보배 진(珍)’을 쓴 작명에서 느껴지듯 풍광이 수려하고 예로부터 미인이 많아 미인도라 불리기도 했다. 2~3월에는 동백나무, 3월~4월에는 야생화 천국, 5월에는 눈꽃 날리는 때죽나무, 6월에는 산딸기가 지천이다. 최고 절경 감상 포인트 미인도 전망대, 선유봉 정상의 선유봉 전망대, 해안절벽이 멋진 노루여 전망대인데, 그중에서 미인도 전망대가 가장 아름답다.

한라산둘레길 중 동백길은 무오법정사에서 동쪽방향으로 돈내코탐방로까지 이어지는 13.5km의 구간으로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성지였던 무오법정사와 제주 4.3사건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주둔소, 화전민 터, 표고재배장 등과 동백나무 및 편백나무 군락지, 법정이오름, 어점이오름, 시오름, 미악산, 강정천, 악근천 등을 만날 수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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