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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열 기자의 알쏠달쏭 의료상식 ③] “맹장염, 별거 아닌 질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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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직장인 이 모씨(38)는 최근 명치가 아프고 답답한 느낌이 지속됐다. 평소 자주 앓던 위염 증상인 줄 알고 별다른 처방을 받지 않았다. 어느 날 배가 너무 아파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이 씨는 병원을 찾았고 ‘맹장염(급성 충수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많은 질환 중 맹장염만큼 발병 원인과 부위, 진단, 치료에 이르기까지 온갖 떠도는 불량정보들이 많은 질환도 없다. 또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는다고 하면 주변사람들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환자 자신도 ‘별 거 아닌 수술’로 인식한다.

‘맹장수술’이 비교적 고난이도는 아니어도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애매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려워 의사들조차 골칫덩어리로 통한다. 자칫 잘못하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질환임은 틀림없다.

음식을 먹으면 식도와 위를 거쳐 소장과 대장을 차례로 지나면서 소화가 되는데, 맹장은 소장에서 대장으로 옮겨가는 대장의 입구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길이는 5~6cm 정도로 짧은데, 충수는 맹장 끝에 붙어 있는 약 10cm 길이의 돌기로 충수염은 이곳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흔히 남자는 급성충수염일 때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고 여자는 왼쪽 아랫배가 아프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충수는 남녀를 불문하고 오른쪽 아랫배에 위치해 있다. 선천적으로 신체구조가 바뀌어 맹장이 왼쪽에 있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물다.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면 일단 급성충수염부터 의심하게 되지만 징표는 오른쪽 윗배나 배꼽 부위, 또는 배 전체가 아플 수도 있으며, 혹은 변비나 급체처럼 특별히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급성충수염은 처음에는 체한 듯 윗배가 불편하고 오심이나 구토가 동반되며 입맛이 떨어지는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때문에 단순히 체한 줄만 알고 아픈 걸 참다가 결국 충수가 터져 복막염이 되어서야 응급실에 실려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급성충수염으로 오인하기 쉬운 질환으로는 게실염, 급성위장염, 장염, 변비 외에 소아의 장간막 임파선염과 요관 결석, 노인 맹장에 생기는 대장암 등이 있다. 이들 질환은 아픈 부위가 배꼽 주위나 오른쪽 아랫배로 충수염과 구별이 어렵다. 여성들은 우측 하복부가 뜨끔뜨끔 아프고 당길 때는 자궁 또는 난소 종양, 근육통, 배란통을 의심해볼 수 있다.

급성충수염 진단시 가장 중요한 것이 충수가 위치한 부분을 눌렀을 때 아픈 증상이다. 그 부위를 ‘맥버니 포인트(McBurney point)’라고 한다. 정확한 위치는 배꼽과 골반 앞부분의 가장 튀어나온 곳을 연결한 가상의 선에서 바깥쪽 1/3 지점이다.

항간에 머리카락이나 수박씨를 삼키면 맹장이 막혀 염증이 생긴다는 설을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이는 낭설이다. 머리카락이나 소화가 안 되는 씨앗, 껌, 작은 돌 등의 이물질은 음식물 찌꺼기에 섞여 3일 내에 대변으로 배출이 된다. 급성충수염은 어떤 원인에 의해 충수 내부가 막혀서 부어오르고 혈액순환이 안돼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원인은 세균감염이 대부분이다. 드물게 이물질이나 기생충 또는 종양에 의해서 충수가 폐쇄되어 충수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급성 충수염은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지 않으면 지속된 염증으로 충수의 벽이 손상되어 천공을 일으키고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간혹 고령의 환자나 소아, 다른 전신질환이 같이 있는 경우처럼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패혈증 등으로 사망을 하기도 한다.

임산부의 경우 유산이나 사산의 원인이 된다. 맹장을 떼어내면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답부터 말하면, 충수가 없어도 우리 몸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충수는 일종의 흔적기관으로 대장의 일부로서의 기능 외에는 특별한 역할이 없다. 초식동물은 맹장이 잘 발달되어 있어 섭취한 먹이가 오래 머무르며 인접한 대장(결장)을 왕복하게 하면서 미생물에 의한 발효 및 소화작용이 충분히 진행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사람의 소화과정에는 미생물의 도움이 필요 없기 때문에 맹장이나 충수의 특별한 역할은 없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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