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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담아미의 문화쌀롱] 뮤지컬ㆍ오페라…말로 하면 될 걸 왜 노래로 하냐고?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나 정말 완전 싫어 뮤지컬. 왜 갑자기 노래를 부르냐고. 간단하게 말로 하면 30분이면 끝나는 별 거 아닌 이야기. 왜 갑자기 춤추고 난리냐고. 가뿐하게 걸어가면 30초만에 갈 수 있잖아.”

2월 28일 서울 공연의 막을 내린 뮤지컬 ‘오케피’ 1막 중 ‘망해버려, 뮤지컬’의 한 대목이다. ‘오케피’는 일본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원작에, 드라마 ‘히어로(Hero)’의 작곡가 핫토리 다카유키가 곡을 만든 작품으로, 배우 황정민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됐다. 
뮤지컬 ‘오케피’ 한 장면. [사진제공=샘컴퍼니]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이 뮤지컬은 뮤지컬 형식을 차용하면서도 기존의 뮤지컬 어법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내용으로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오케스트라 피트 단원들의 일상 이야기로 잔잔한 감동을 준 새로운 뮤지컬이였다는 호평과 함께, “맥락도 개연성도 없는 에피소드의 나열로 연출의 상상력이 곳곳에서 빈곤함을 드러냈다(정수연 한양대학교 교수)”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평가를 갈리게 만든 것 중 하나가 “말로 하면 될 걸 왜 노래를 부르느냐”라는 대목이었다. 뮤지컬 어법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겐 ‘쾌감’을 줬지만, 다른 뮤지컬 팬들에겐 ‘반감’을 샀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뮤지컬 뿐만 아니라 노래극, 오페라 등 많은 이들이 “도대체 말로 하면 될 걸 왜 노래를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 한 장면.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최근 서울시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을 함께 봤던 지인도 비슷한 애기를 했다. 뮤지컬 애호가도 아닌 그가 시종일관 삐그덕거리는 운율을 타고 이어지는 오페라의 극 중 대사(레치타티보ㆍ오페라 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를 불편하게 느꼈던 건 당연한 일.

그렇다면 도대체 말로 하면 될 걸 왜 노래로 하는 걸까. 노래가 말보다 더 고차원적인 표현 수단이기 때문일까.

‘달이 물로 걸어오듯’의 곡을 쓴 작곡가 최우정(서울대학교 교수) 씨는 흥미로운 설명을 했다. 노래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표현 방식이라는 것. 그러니까 진화의 단계로 보면 노래는 말이 있기 훨씬 이전 단계의 표현 방식이다.

“동물들은 자신들만의 특정 음역대로 소통하죠. 인간들이 대화할 때 목소리로 주고 받는 언어 역시 그 안에 리듬이 있어요. 음악처럼 들리죠.”

뒤집어 말하면 인간들의 대화는 사실, ‘노래로 하면 될 걸 말로 하고 있는 것’이 되는 셈이다.

국내 ‘목소리 전문가’로 꼽히는 의학박사 김형태 씨는 “목소리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유일한 표현 수단이며 인간이 연주하는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책 ‘보이스오디세이’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동물과 인간의 발성기관은 큰 차이가 있다. 인간의 성대는 포유류와 비슷했지만, 진화 과정에서 급격한 변화를 갖게 된다. 후두는 호흡기관에서 말을 하는 기관 쪽으로 발달하고 위치도 목의 아래쪽으로 이동한다. 형태도 둥글게 바뀌면서 정교하게 진동할 수 있는 성대의 접촉면을 형성하게 된다. 동물의 성대는 로프(rope)와 비슷하고 인간의 성대는 바이올린의 현과 같은 구조를 가진다.”

바이올린의 현과 같은 성대를 울려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지점이라는 설명이다.

뮤지컬, 오페라 같은 공연예술 장르에서 이러한 소리를 노래로 구현하는 건 미학적 측면에서 오히려 자연스럽다. 배우들이 노래를 하는 게 그렇게 느닷없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간단하게 말로 해서 30분만에 끝내 버린다면, 무대 위 예술이 무대 아래 일상과 다를 것이 뭐 있겠나. “무대 위, 아래가 다를 것은 또 뭔가” 반론을 편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런 예술이라면야 굳이 따로 돈을 내지 않고도 충분하지 않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 노래가 불편하다면 그건 취향의 문제다. 말로 해도 될 걸 말로만 하는 ‘연극’과 같은 장르도 얼마든지 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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