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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브랜드]③비아그라 맥주, 푸틴 조롱 맥주…똘기로 무장한 양조장 브루독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도박은 언제나 즐겁다. 오늘날 같은 시장 상황에서 안전하게 움직이는 것도 리스크인 것은 마찬가지다”(브루독 창업자 제임스 와트)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는 맥주로 굴욕을 겪고 있는 국산 맥주와 달리 수입 맥주의 인기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맥주 수입액은 최근 5년 연속 연 20% 이상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맥주는 뻔하다’는 편견을 깬 외국 맥주 제조업체 가운데 독보적인 회사는 스코틀랜드의 브루독이다. ‘미친’, ‘또라이’라고 불리는 34살 동갑내기 제임스 와트와 마틴 디키가 2007년 설립한 회사다.

▶비아그라 맥주, 푸틴 조롱 맥주 등 무제한 상상력=학창시절 친구인 와트와 디키는 “지루하고 맛없는 맥주에 지쳐서” 브루독을 설립했다. 이들은 반항적인 펑크록 정신으로 맥주계에 혁명을 일으키겠다고 선언했다. 브루독의 대표 맥주 이름은 ‘펑크IPA’다.

특히 브루독은 ‘비아그라 맥주’처럼 희한한 맥주들을 만들어 해외 토픽에 자주 오르내렸다.

2011년 브루독이 내놓은 ‘로열 비릴러티 퍼포먼스’에는 비아그라와 초콜릿 등이 들어갔다. 영국 윌리엄 왕자의 결혼을 축하하면서 1000병 한정판으로 만든 것이다.

2014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조롱하며 ‘헬로 마이 네임 이즈 블라디미르’를 출시했다. 푸틴 대통령이 동성애 광고를 금지한 것에 반발하는 의미로 맥주병 포장지에 알록달록 화장한 푸틴 사진을 실었다. 이것도 모자라 와트와 디키는 웃통을 벗고 말을 탄 푸틴을 패러디해 브루독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들은 맥주 판매금액 절반은 동성애자들을 위해 쓰겠다고 밝히며, 이 맥주 한상자를 푸틴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브루독의 대표 맥주 ‘펑크IPA’(출처=브루독 페이스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패러디한 제임스 와트(왼쪽)와 마틴 디키(출처=브루독 홈페이지)
브루독의 ‘헬로 마이 네임 이즈 블라디미르’ 맥주(출처=브루독 페이스북)
브루독의 ‘디 엔드 오브 히스토리’(출처=브루독 페이스북)
브루독 맥주 시음회(출처=브루독 페이스북)

55도짜리 맥주까지…독일 맥주사와 고도주 경쟁=브루독의 똘끼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은 독일 쇼르슈브라우와의 고도주(高度酒) 경쟁이었다.

알코올 함량 4~5%가 주류였던 평화로운 맥주 시장에 2008년 쇼르슈브라우는 31%짜리 ‘쇼르슈복’을 던졌다.

2009년 11월 브루독은 쇼르슈브라우를 이겨보겠다며 32%짜리 ‘태티컬 뉴클리어 펭귄(전술핵 펭귄)’을 만들었다. ‘쇼르슈복’과 불과 1% 차이다.

쇼르슈브라우는 다음달에 곧바로 40%짜리 ‘쇼르슈복’을 출시했다.

2010년 2월 브루독은 41%짜리 ‘싱크 더 비스마르크’로 맞받아쳤다. 독일 군함 비스마르크를 가라앉힌다는 도발적인 제품명으로 라이벌을 자극한 것이다.

3개월 뒤 쇼르슈브라우는 43%짜리 ‘쇼르슈복’을 내놨다.

이에 질세라 2개월 뒤 브루독은 55%짜리 ‘디 엔드 오브 히스토리’로 세계 최고 독한 맥주 왕좌에 올랐다. 가격도 750~1000달러(약 93만~123만원)로 최고 수준이었다. 병을 다람쥐와 담비 박제로 감싼 것도 충격을 던져줬다.

이후 네덜란드 맥주업체가 60%짜리 맥주를 내놨지만 ‘디 엔드 오브 히스토리’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안전한 움직임도 리스크=독한 맥주로 소비자들의 건강을 해치려한다는 비판을 듣자 브루독은 0.5%짜리 ‘내니 스테이트(유모처럼 구는 국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발랄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브루독은 9년간 200개 넘는 맥주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52% 상승한 4500만파운드(약 7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본, 브라질, 핀란드 등 55개국에 맥주바를 낸데 이어 올해는 미국에도 진출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맥주를 만드려는 이들의 시도에는 소비자들도 동참한다. 브루독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맥주 재료나 병 디자인 등에 대한 투표를 실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브루독 맥주 레시피를 전부 공개하기도 했다.

2005년 자신들의 입에 맞는 수제 맥주 만들기에 시도했던 와트와 디키는 2007년 은행 대출을 받아 홈브로잉(자가 제조) 시설을 갖춘 브루독을 설립했다.

이들은 브루독 맥주 레시피를 소개하며 “초기에 샀던 홈브로잉 기계로 여전히 새로운 맥주들을 개발하고 있다. 수제 맥주에 대한 우리의 지식, 경험, 열정을 함께 나누고 다음 단계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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