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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빈민지역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이야기
가람이는 공부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아이지만 감수성이 예민하고 다감한 아이였다. 갯벌에서 게나 민챙이를 잡고 동물을 좋아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을 챙길 줄 알았다. 

꽃은 많을 수록 좋다
김중미 지음
창비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가 가출하면서 방황하기 시작한 가람이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한달도 못 돼 그만두고 조폭의 그늘로 들어간다, 그리고 끝내 본드흡입과 공갈 협박 등으로 유치장을 오갔다.

김중미의 베스트셀러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소재가 된 인천 만석동 빈민지역 괭이부리말의 가람이 얘기다. 작가는 가람이의 손을 놓지 않으려 갖은 애를 썼지만 결국 가람이네가 마을을 떠나며 가슴에 묻고 만다.

‘꽃은 많을 수록 좋다’는 김중미씨가 인천 만석동 빈민지역 괭이부리말에서 공부방을 차리고 가난하고 약한 아이들을 보듬어온 서른해의 기록이다. 작가는 1987년 만석동에 들어가 ‘기찻길옆아가방’을 시작해, 이듬해 ‘기찻길옆공부방’으로, 2001년 다시 ‘기찻길옆작은학교’로 바꾸며 지금까지 아이들과 생활해오고 있다.

그 세월동안 아이들은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가난하고 약한 아이들이 학교에 있다. 저마다 다르고 예쁜 꽃같은 아이들과 공동체를 이뤄가는 이야기 속에 피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도 작가는 담담하게 적었다.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작가 자신의 생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여기서 살려면 네 자식도 빈민으로 만들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걱정스러운 충고를 들으며 판자와 슬레이트로 지은 공부방안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두 딸을 낳아 키운 얘기는 무엇이 삶을 따뜻하고 가치있게 해주는지 보여준다. 또 물질주의에 현혹되지 않은 공동체에 대한 고민과 활동은 시사적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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