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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식민지 설움·고통’ 견뎌낸 在日 1세대 할머니들
재일 1세대 여성은 식민지 지배로 인한 나라 없는 설움과 전쟁으로 인한 그 누구보다도 참혹한 삶을 살아야 했던 이들이다. 어린 나이에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낯선 땅으로 건너가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로 밑바닥 삶을 전전하며 식민지의 설움과 참혹함을 온 몸으로 받아낸 이들이다.

몇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
가와타 후미코 지음, 김혜경 옮김
바다출판사
그동안 역사가 말하지 않고 사회가 귀 기울이지 않은 이들의 기구하고 참담한 이야기를 일본 여성 저널리스트 가와타 후미코가 책으로 썼다. 바다출판사가 번역 출간한 ‘몇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는 아픔, 고통이란 말로 줄일 수 없는 이들의 깊은 슬픔과 고통을 조명한다.

작가가 기록한 할머니는 모두 29명. 최고령자인 99세 서맹순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새벽 5시부터 공장에서 일했다, 안순자, 박정란 할머니는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를 당했고, 박남주, 김남출, 하해수 할머니는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입었다. 전쟁통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송신도 할머니는 위안소에서 잇달아 다섯이나 아이를 뱄고,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겠다 싶어” 기차에서 뛰어내린 적도 있었다.

송 할머니의 옆구리에는 10cm의 칼자국이 나 있고, 허벅지 안쪽에는 총검에 찔린 상처와 총탄이 스친 흉터가 있다. 오른쪽 귀는 난청이다. 군인이 조선말을 쓰지 못하게 하겠다며 솥뚜껑 같은 손으로 때려 귀 고막이 터진 것이다.

히로시마 원폭 재난은 조선인에게 더 가혹했다. 재일 코리언은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고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됐다. 박수련 할머니는 영양이 부실해 재일 코리언에게 특히 발병 비율이 높았던 한센병에 걸려 고생했다. 갈 곳 없는 이들이 겪은 가정내 폭력은 더 기가 막힌다. 29명의 할머니들의 입말을 살려 담아낸 책은 아픔의 기록이지만 할머니들의 상황에 굴하지 않는 꿋꿋함이 더 감동적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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