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자금용처는 삼성물산…이재용 부회장, 명분과 실리 둘다 챙겼다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금 용처는 삼성물산이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 주식을 2000억원어치 사들였다. 얼마전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3000억원을 통해서다. 당초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마련된 자금의 종착지가 삼성물산으로 선회한 셈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요구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그룹 지배력도 강화해 명분과 실리 모두 챙겼다는 평이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삼성SDI가 내놓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가운데 2000억원 상당(130만 5000주)의 주식을 지난 25일 매입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삼던 그룹 순환출자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다. 삼성SDI는 다음달 1일까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약 7650억원)를 처분해야 한다. 이날 장이 끝난 후 삼성생명공익재단도 삼성물산 주식 3000억원어치(200만주)를 함께 매입했다. 2650억원 규모의 지분 잔량도 이날 장마감 후 기관투자가들에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끊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대규모 주식 매각에 따른 시장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소액주주 피해를 막기 위해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직접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매입으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16.5%에서 17.2%로 0.7% 포인트 늘어났다.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2.9%)과 남매 관계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이상 각각 5.5%)의 지분율은 변동이 없다.삼성그룹 전체로 보면 오너 일가와 계열사들의 삼성물산 지분 합계는 39.9%에서 39.0%로 0.9%포인트 낮아진다.

재계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위상이 확인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SDI 순환출자 지분 해소는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에 힘을 실어주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동시에 거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25일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자사주 300만주(약 302억원)도 취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700억원 규모의 주식도 추가로 사들일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자사주 인수는 회사의 자기자본과 현금을 동시에 늘려줘 유상증자와 유사한 효과를 낳기 때문에 삼성엔지니어링을 재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