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홍길용의 머니스토리] 삼성, 드러난 몇 가지 사실들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순환출자 해소와 계열사 경영정상화를 위해 2300억원의 사재를 내놨다. 충분히 예상했던 조치고, 불가피한 측면까지 있다는 점에서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움직임으로 삼성의 사정 몇 가지는 꽤 분명히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정리해봤다.

▶순환출자 해소 부담은 오너일가가=삼성물산이 관계된 순환출자 고리는 총수일가나 재단의 몫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삼성전기와 삼성화재는 삼성물산 1187만주(4.02%)를 보유 중이고, 삼성SDI에도 이번 지분 매각에도 불구 400만주 이상의 주식이 남게 된다. ‘신규’ 순환출자가 아니어서 당장 법적인 해소의무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발행주식의 약 6%에 달하는 지분이다. 외부에 매각하면 내부 지분율이 39%에서 33%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전부 또는 일부는 내부에서 소화해야 한다. 이번처럼 총수 일가나 재단이 나설 가능성이 크다. 주주 동의만 구할 수 있다면 삼성물산이 자사주로 매입할 가능성도 있다.

▶여전히 중요한 재단의 역할=지배구조에서 ‘재단’의 역할이 분명 존재한다는 점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이번 순환출자 약화에 3000억원을 투입했다. 이 부회장보다 1000억원이나 많은 규모다.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 2014년 삼성생명 지분 2.5%를 매각, 5000여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삼성은 당시 이유를 누적결손금 해소로 설명했다. 그런데 2년도 채 안돼 무려 3000억원의 자금을 계열사 순환출자 해소에 투입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외에 삼성문화재단과 삼성복지재단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화재,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의 지분을 보유하며 지배구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규제리스크, 무섭다=이번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매각은 정부가 강제한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지난 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순환출자가 더욱 강화됐다며 3월1일까지 삼성SDI 보유지분 500만주를 매각하라고 조치했다. 삼성이 이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른바 “한국에선 삼성이 하면 다 된다”는 세간의 통념과는 달리, 삼성도 ‘규제 리스크’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규제가 삼성 투자에 중요한 변수인 셈이다.

현재 삼성 지배구조에 충격을 줄만한 잠재규제 또는 법개정안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통한 금산분리 완화, 주식을 장부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평가하는 보험업법 개정여부 등이다.

▶투자전략은?=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 지배구조 핵심 3인방은 주가가 오를수록 이부회장의 자산가치가 높아지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상속이나 증여,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해소 기회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화재 등은 순환출자 해소로 당장 돈 안되는 계열사 지분을 털면 여러모로 이익이다. 삼성SDS는 주가가 오를수록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 든든한 자금줄이 될 수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그룹의 핵심사업이 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부회장이 그룹을 핵심사업 중심으로 압축해가는 점을 감안할 때, 미래가 불투명한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되면 매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ky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