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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의태자·영혼결혼 깃든…절터에서 생각에 잠기다
한국관광공사 추천 ‘3월 가볼만한 곳’
만복사지·미륵대원지·성주사지 등 6곳
상상 속을 걷게하는 흥미로운 테마여행



흔적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지금은 주춧돌만 남아있는 경주의 북천(北川) 아래 황룡사지는 1200여년전 세계 5대도시였던 서라벌의 중심지였을 것이다. 서역과 인도, 당나라 상인들이 밤늦게 노닐다 아름다운 신라 처녀를 놓고 서라벌 사내와 경쟁을 벌였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경주 중심지는 북천 북쪽에 있지만, 통일신라때 경주 남산과 북천 사이 드넓은 벌판은 실크로드의 종점 답게 지구촌 문물이 넘실거렸을 것이다.

흔적만 남은 문화 유적에서 우리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재미를 느낀다. 사진은 합천 황매산 억새 군락. 그 아래 영암사지 주변엔 문화재와 볼거리가 많다. [문일식 작가]

아는 만큼 여행이 즐겁듯, 흔적에 남은 단서를 깨알같이 탐구하면, 그때 그 사람들의 모습을 합리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테마여행의 묘미이다.

지역의 다양한 테마들을 발굴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는 춘삼월 국민이 가볼만한 곳으로 충주, 남원, 보령, 합천, 원주, 양주의 ‘사지(寺址)’ 6곳을 추천했다. 국민의 상상력을 살지우고,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함이다.

마의태자 이야기가 서린 미륵대원지의 별이 빛나는 밤. [진우석 작가] 

춘향의 고장 남원에는 ‘춘향전’ 못지않은 사랑 이야기가 많다. 지금은 터만 남은 만복사지는 ‘금오신화’의 ‘만복사저포기’ 배경이다. 외로이 살던 노총각 양생이 만복사에서 부처와 저포(윷놀이와 비슷한 옛 놀이)를 해서 이기고, 소원이던 아름다운 배필을 만났다. 그 여인은 사람이 아니라 어느 부잣집 딸이 죽어 현신한 영혼이다. 배꽃 만발한 봄날, 만복사에서 만난 영혼과 사랑을 나누고 부부의 연을 맺은 양생의 이야기가 절절하다.

지금은 오층석탑(보물 30호)과 석조대좌(보물 31호), 당간지주(보물 32호), 석조여래입상(보물 43호) 등 돌로 된 유물이 절터를 지킨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을 촬영하면서 월매 집을 포함해 초가 몇 채를 세트장으로 지었는데, 이후 다양한 건물이 더해져 공원이 된 춘향테마파크도 볼만하다. 남원추어탕, 옻칠공예품 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063-620-6161

삼국이 치열하게 싸운 중원 땅, 충주의 미륵대원지 석불에는 마의태자와 얽힌 애잔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신라 마지막왕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는 군신의 항복결의를 한탄하며 금강산행을 재촉하다 문경 관음리에서 하룻밤을 묵던 중 마애불을 세워 백성을 보살피라는 계시를 받는다. 그가 계시를 실행한 뒤 고려는 신라의 정신과 제도를 대부분 유지한다. 

금오신화 속 영혼과의 사랑이야기가 담긴 남원 만복사지 석인상. [김숙현 작가]

미륵대원지는 하늘을 우러르며 유토피아를 희망하던 민초의 꿈을 담은 듯,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인 하늘재 아래 자리 잡았다. 숲의 품속에 안긴 하늘재 옛길을 휘휘 돌아 정상에 다다르면, 하늘이 열리고 백두대간 산봉우리가 물결치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043-850-6723

충남 보령시 성주면 성주사지에서는 백제, 통일신라, 고려, 조선 시대의 흔적이 묻어난다. 낭혜화상탑비(국보 8호)는 창건주인 무염대사를 기리기 위해 최치원이 비문을 지었다. 보물로 지정된 오층석탑과 삼층석탑 등이 절터에 있다. 석탑은 통일신라와 고려 시대 양식이 혼재되었다. 절터의 규모로 미뤄 창건당시 얼마나 번창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성주산 화장골계곡엔 편백 숲이 힐링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성주산자연휴양림이 들어섰다. 심연동계곡 일대는 요즘 고로쇠 수액 채취로 분주한데, 이른 봄이면 고로쇠 수액과 함께 고로쇠 수액을 섞어 만든 된장, 간장을 맛볼 수 있다. 041-930-4542

성주사지가 있는 보령 성주산 휴양림 편백나무숲 산책로. [서영진 작가]

합천 황매산 자락의 모산재 기암절벽 아래 영암사지가 있다. 절터가 기암절벽과 묘하게 어울리고, 아름다운 쌍사자 석등이 이곳을 지킨다. 황매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아름답다. 합천 읍내로 가는 길에는 합천영상테마파크가 자리 잡았다. 합천은 가야국 연맹체인 다라국의 고장이다. 합천박물관에는 다라국 지배층의 고분군에서 발굴된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고, 박물관 뒤쪽에 사적으로 지정된 옥전 고분군이 있다. 가야산이 품은 해인사와 대장경테마파크, 두 곳을 잇는 해인사 소리길도 합천의 명소이다. 055-930-4666

관광공사는 이밖에 이성계의 스승 무악대사가 지주로 있던 왕실사찰 양주 회암사지(031-8082-5664)와 고려시대 왕의 스승인 국사가 머문 곳으로 ‘돌을 먹고 사는 느티나무’가 있는 원주의 흥법ㆍ거돈ㆍ법천사지(033-733-1330)를 추천했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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