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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모자 사망 사건’에 주민들 “아버지 김 씨 사망 후 가족들 위태로운 모습 보여”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경찰이 ‘세 모자 사망사건’이 가족 간 불화로 인해 벌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이들 가족이 최근까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는 이웃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세 모자가 사망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다세대주택 인근 주민들은 이들 가족이 아버지의 사망 이후 정서적으로 위태로운 상태였다고 입을 모았다.

세 모자와 이달 초 까지도 왕래를 하던 이웃 천모 씨는 “양 씨의 남편이 술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지난해 집 문도 못 열고 들어갈 정도로 만취해 문 밖에서 동사했다”며, “양 씨가 남편에게 의지를 많이 했었는데 남편이 그렇게 가고 나선 우울증이 심해졌다”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천 씨는 이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긴 했지만 생전에 아내에게 무척 잘 하는 사람이었다”면서 “혼자 밥도 하고 김치도 다 담갔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인근 부동산에서 만난 한 주민도 “양 씨가 시댁에서 지은 쌀과 보리 등을 가져다가 트럭에 싣고 다니며 팔곤 했지만, 남편이 죽고 나서 트럭도 처분하고 집에서 두문불출했다”며, “뚱뚱했던 사람이 남편 사망 이후 급격히 말라가더니 1년 만에 반쪽이 됐다”고 말했다.

이웃들은 또 양 씨의 우울증에 큰 아들 김모(25) 씨의 장애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추측하기도 했다. 양 씨의 우울증과 큰 아들의 정신장애가 일가족을 파탄으로 몰고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근 주민센터 관계자는 “큰 아들이 정신장애 3급으로 조현병을 앓고 있다”며, “양 씨도 남편 사망 후 우울증이 심해져, 친정 엄마의 권유에 이번 설 전 정신과에 입원했다가 15일 퇴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인근 부동산 주인 김모(55) 씨도 “큰 아들이 입대를 했다가 엄마를 찾으며 난동을 부려 일주일만에 퇴소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세 모자가 생활고를 겪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천 씨는 “남편 사망 후 돈을 버는 사람이 없었다”며, “아들들이 아르바이트를 했다곤 하는데, (물질적으로) 도와주려고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자고 해도 양 씨가 ‘주소지가 용인이라서 안 된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도 “큰 아들이 정신장애 3급이지만 작은 아들은 정상이고 양 씨도 노동이 가능해 기초생활수급자 기준이 안 됐다”며, “그래도 복지통장 추천으로 긴급지원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양씨가 항상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자존심 강한 양 씨가 생활고에도 이웃들의 도움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세 모자가 서로 자주 다퉜다는 주민들의 진술 등에 따라 이번 사건이 가족 간 다툼으로 인해 벌어졌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특히 외부 침입이 없었다는 점, 큰 아들의 시신에서 자살을 시도할 때 보이는 ‘주저흔’이 발견된 점, 시신의 위치 등을 미루어 경찰은 이들 가족이 서로 다투던 중 아들 가운데 한 명이 양 씨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형은 동생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세 모자의 구체적인 사망 시간과 순서 등 경위를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으며 현장에서 발견된 흉기에 대한 감정도 의뢰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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