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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행 의한 혼전출산 숨긴 부인… 大法 “혼인취소사유 아냐”
베트남서 13세 때 성폭행에 의한 출산
한국으로 시집오기 전까지 아이 못봐
法 “출산경위와 실제 양육여부 고려해야” 파기환송

[헤럴드경제=김현일기자] 베트남 국적의 여성 H(26)씨는 국제결혼업자의 중개로 전북 김제에 사는 김모(41)씨와 만나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2012년 혼인신고를 했다.

그러나 얼마 못가 H씨는 결혼생활 중 불행한 일을 겪어야 했다. 함께 살던 김씨의 계부로부터 강간과 강제추행을 당한 것이다. 결국 김씨의 계부는 대법원 판결까지 간 끝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H씨가 결혼 전 베트남에서 출산했던 사실을 남편 김씨가 알게 됐다. 당초 혼인하기 전 김씨가 받아본 서류에는 ‘혼인신고를 안 하였음’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어 당연히 H씨가 초혼이고 출산경력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H씨에게 속았다고 느낀 김씨는 2013년 8월 혼인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사기에 의한 혼인임을 인정하고 남편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결과는 3심에서 뒤바뀌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는 앞선 재판부의 결정 중 H씨의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다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H씨가 출산하게 된 경위와 이후 실제로 자녀를 양육했는 지 등의 여부를 꼼꼼히 따졌다.

H씨는 베트남에서 13세 무렵이던 2013년 소수민족 남성에게 납치돼 강간을 당하고 원치않는 임신을 했다. 이후 이 남성이 폭력을 자주 행사하자 친정으로 돌아왔고, 친정집에서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출산 직후 자신을 임신시킨 남성이 아이를 데리고 가버리면서 양육할 기회를 전혀 갖지 못했다.

대법원은 “H씨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범죄로 인해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한 사실은 H씨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에 해당한다”며 “출산 경력을 알리지 않은 것을 곧바로 민법상 혼인취소 사유로 단정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 그리고 출산 직후 자녀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신의성실 의무에 비춰 H씨의 행동이 비난받을 정도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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