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실 뒤흔드는 가상현실] “거실서 유럽여행, 침대서 홍콩 쇼핑”...VR이 가져올 신세계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 초등학생 두 아이의 엄마인 A(42) 씨는 전업주부지만 하루에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곳을 다닌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후에 거실 쇼파에 앉아 HMB(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를 쓰고 B대형마트에 접속한다. 채소 코너에서 아이들에게 요리해 줄 채소를 고른다. B마트에는 매일 아침 시간을 정해두고 매장의 제품 상황을 영상으로 제공한다. A씨는 영상을 업데이트 하는 시간에 맞춰 ‘가상현실’의 마트에 접속해 쇼핑을 한다. 가장 싱싱한 채소와 유통기한에 맞는 우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거리 등을 고른 후 가스마트폰을 통해 값을 지불한다. 구매한 목록은 점심 시간 이전에 집으로 직접 배달된다.

가상현실은 A씨 가족의 대부분의 일상을 바꿨다. 엄마인 A씨는 쇼핑을 집에서 해결하는 대신 두 시간여의 ‘여유’가 생겼다. 스마트폰으로 로봇 청소기와 식기세척기를 작동시킨 후 다시 HMB를 썼다. 척추 운동을 하기 위해서다. 최근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은 A씨는 VR을 통해 재활 운동을 한다. A씨의 운동 기록은 병원으로 전달되고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가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도 가상현실은 유용하다. 주말에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가기로 했지만, 남편이 시간이 여의치 않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가상현실을 위해 놀이공원을 체험시켜주기로 한 것. 가상현실을 통해 놀이공원을 체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상현실(VR)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가상현실이 가까운 미래에 게임, 엔터테인먼트 뿐 아니라 실제로 TV나 스마트폰, PC처럼 일상생활에서 주요한 기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10년 내에 TV이상의 수익을 내는 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관련산업도 커질 전망이다.

VR이란 영상 콘텐츠를 통해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현재와 다른 현실을 체험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VR 콘텐츠의 핵심 키워드는 ‘몰입감’과 ‘현장감’이다. 구윤모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무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VR은 공간적ㆍ시간적 제약으로 할 수 없는 일을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것”이라며 “몰입감과 현장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360도 촬영 기술이 발달하면서 VR의 가능성은 실로 무한대가 됐다. 개인이 VR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콘텐츠 저변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시작은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지난 해 12월 미국 유타주에서 진행된 독립영화제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31편의 VR영화가 출품됐다. 이 중에는 영화 ‘스타워즈’의 배경인 자쿠 사막을 체험할 수 있는 영화도 있었다. 영화 뿐 아니라 미술감상도 VR로 가능하다. 오는 4월17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반고흐인사이드’ 전시에서는 고흐가 생전에 그린 그림의 배경을 프랑스 작가가 직접 촬영하고, 이 사진을 디지털 작업으로 VR로 구현, 전시 감상자가 작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VR의 활용이 엔터테인먼트에 국한된다면 그야말로 3D, 4D 기술 수준으로밖에 발전할 수 없을 것. VR은 단지 오락 뿐 아니라 의료, 교육, 관광과 같은 일상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예컨대 교육현장에서 전시회나 현장학습 등을 VR로 진행할 수 있고, 각종 의료 활동도 VR을 통해서 가능하다. CNN은 최근 미국 대통령 토론을 VR로 78개 국가에서 생중계해 실제로 토론장에 시청자가 참여한 것 같은 효과를 내기도 했으며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을 가고 싶을 때 직접 현장에 방문할 필요 없이 콘텐츠와 기기를 통해 부동산 투어를 하는 산업이 각광받기도 한다.

이처럼 콘텐츠 영역이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최근 업체들은 서둘러 디바이스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해 10년 내 오큘러스와 같은 VR기기의 연간 매출규모가 TV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향후 10년 사이 VR헤드셋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연동할 필요 없는 모바일 기기로 진화할 것이며, 2025년께 기기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관련 시장이 연간 1820억 달러(22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구윤모 전무는 “VR시장이 성공하기 위해선 에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영상과 이를 공유할 플랫폼이 중요하고, 이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며 “삼성전자 역시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에코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