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인도 진품주장한 국립미술관에 손해배상 소송계획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작년 8월 별세한 고(故) 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62) 씨가 자신을 천 화백의 법적 자녀로 인정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정희 씨는 지난 18일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소송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화백의 차남 고(故) 김정우 씨의 아들도 고모와 함께 원고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건은 서울가정법원 가사3단독에 배당됐다.
고 천경자 화백(왼쪽) 생전 모습과 진위 논란에 휩싸인 ‘미인도’ |
천 화백은 생전에 네 명의 자녀를 뒀다. 첫번째 남편 고(故) 이형식 씨와의 사이에서 장녀 이혜선 씨와 장남 이남훈 씨를 낳았고, 이혼 뒤 고(故) 김남중 씨와 결혼해 정희 씨와 정우 씨를 뒀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모두 두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다. 이들은 과거 김남중 씨가 이미 다른 여성과 법률상 혼인 상태였던 탓에 김남중 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을 올렸고, 법률상 어머니도 천 화백이 아닌 김씨의 부인으로 돼 있었다.
서울가정법원 장진영 공보관은 “(천 화백이 남긴 글 등에 증거가 있더라도) 유전자 검사는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며 “천 화백이 망인이지만 다른 직계가족(장녀 이혜선 씨 등)들이 살아있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의 결론이 나오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장진영 공보관은 “보도상으로는 천 화백 자녀들이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단 그들의 소재부터 확인해야 하고, 법원이 지정한 감정기관(서울대병원 등)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게다가 사안을 다투게 되면 보조참가인들까지 가세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혼외자식’ 신분이었던 김정희 씨 등은 법원으로부터 천 화백의 친자로 인정받으면 곧바로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및 명예훼손 소송을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진위 논란에 휩싸였던 ‘미인도’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은 천 화백이 그린 진품으로 인정해왔지만 정희 씨는 줄곧 어머니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이번에 법적 자녀로 인정을 받아 천 화백 작품과 관한 공식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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