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오페라, 쉽고 재미있을 수 있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오페라는 늘 ‘무덤’에서 소재를 찾아왔다. 1871년 초연된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가 그랬고, 1926년 고대 중국의 황궁을 배경으로 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가 그랬다.

지난 19~21일 공연된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단장ㆍ예술감독 이건용)의 창작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작곡 최우정ㆍ대본 고연옥)’은 오페라라는 클래식 장르의 ‘현재성’을 고민한 작품이다. 오페라가 더 이상 무덤 속 이야기가 아닌, 동시대 살아있는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관객들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 한 장면. [사진제공=서울시오페라단]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2012년 이건용 단장이 창작오페라 콘텐츠의 연구 개발을 위해 극작가, 작곡가들과 함께 결성한 서울시오페라단 워크숍 ‘세종카메라타’에서 만들어진 첫 작품이다. 2008년 임영웅 연출 연극으로 처음 공연됐고, 오페라 버전이 2014년 초연됐다.

내용만으로 보면 소위 ‘막장 드라마’에 가깝다. 술집 작부(경자)가 돈없고 힘없는 화물차 운전수(수남)을 꾀어내 결혼을 하고, 임신까지 한 상태에서 계모와 의붓 여동생을 살인한 후 그 죄를 남편에게 뒤집어 씌우는 내용이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와 아이를 위해 대신 감옥까지 가지만, 결국 진실은 밝혀진다.

내용보다 더 흥미를 끄는 건 ‘형식’이다.

짧은 원피스, 레깅스, 죄수복 같은 ‘동시대 복식’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오페라 가수들이 연기력까지 갖출 때 장르의 폭발력은 여느 뮤지컬, 연극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음악은 전반적으로 불편하다. ‘리브레토(오페라의 대본)’를 이끄는 운율은 불협화음처럼 들린다. 시종일관 삐걱거리는 음을 내는 관악기가 서스펜스를 이끌고, 찢어질 듯한 타악기 음이 극의 긴장과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다.

이 가운데 주인공 수남의 아리아는 눈물겹도록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나는 화물차 운전수요. 짐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채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오. 멀고 외로운 밤길에서 그저 무사하기만 바라면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오….”

술집 마담과 이 술집의 또 다른 작부 미나,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두 남자가 함께 빚어내는 하모니는 극 중간임에도 불구하고 객석의 ‘브라보’를 부른다.

자막을 번갈아 보지 않아도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건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 창작 오페라의 장점이다.

“오페라라는 것이 그렇게 거창하고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삶을 읽어내고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또 하나의 음악적 방식일 뿐”이라고 강조했던 작곡가 최우정의 의도는 적중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오는 26~27일 두번째 창작오페라 ‘열여섯번의 안녕(최명훈 작곡, 박춘근 대본)’을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다. 환영 속에서 죽은 아내와 대화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2015년 세종카메라타 리딩 공연에서 선정된 작품이다. 당시에는 남자 혼자 출연하는 모노극이었지만 이번에는 2인극으로 달라진다.

am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