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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양 활성화法이 되레 입양 가로막는다
낳은 아기 입양 시키려면
본인호적에 우선 등록 의무화
결혼·취직등 걸림돌 우려
합법적 입양 엄두 못내
대부분 미혼모 베이비박스로
신원보호등 제도개선 시급


자산이나 지식, 서비스 등을 다른 사람과 나눠쓰는 공유경제. 정부는 이를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렇다면 공유사회는 어떤가. 갈길이 멀다. 특히 공유사회를 가로막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쇄사회를 열어보자.

#1. 아동보호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A(43ㆍ여)씨는 최근 한 미혼모가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며 남긴 편지 한 통 때문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한다. 미혼모 B(18)씨가 남긴 편지에는 법적인 한계에 부딪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 절절하게 그려져 있었다.

입양 활성화와 입양 아동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각종 법들이 오히려 활발한 입양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 난공동의 주사랑공동교회 안 있는 베이비박스와 베이비룸 모습이다. 박현구 기자/ phko@heraldcorp.com

편지에는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못난 부모로서 미안하다. 입양해서 새 부모를 찾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여러모로 알아봤지만, 이럴 경우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우선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에 덜컥 겁이 났다”며 “앞으로 취학ㆍ취직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단 생각에 출생 신고를 포기하고 그나마 안전한 베이비박스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고 써 있었다. A씨는 “지난 2012년 입양특례법이 실시된 이후 이런 사연이 자주 접한다”며 “아이를 버리는 대신 입양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입양활성화 및 입양 아동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각종 법들이 오히려 활발한 입양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거나 아이에게 두번 상처주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입양 관련 전문가들은 입양특례법의 허점에 대해 입을 모으고 있다.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본인 아기를 입양시키고 싶어 하는 미혼모들은 반드시 본인의 호적에 먼저 아기를 입적시켜야만 한다. 입양아가 성장한 뒤 친생부모를 찾기 쉽도록 한다는 것이 입법 취지였다.

문제는 이 법으로 인해 어린 미혼모들이 출생신고 기록이 추후 취업이나 결혼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정식 입양을 꺼리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하는 대신 버리거나 브로커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입양하려는 유혹도 그만큼 더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재송 홀트아동복지회 강원지부 소장은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 미혼모의 고민글이 올라온 뒤 댓글로 ’쪽지주세요‘라는 답변이 달리면 거의 대부분이 브로커의 유혹이라 보면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지난 2011년 1548명이던 국내 정식 입양아는 2014년 637명으로 2011년 대비 58.9% 감소했다. 반면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베이비박스 아동 실태 및 돌봄지원 방안‘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에 있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은 같은 기간 36명에서 224명으로 급증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현재 프랑스와 스웨덴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출산등록제’와 ‘출산익명제’를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출산등록제는 부모가 자녀를 관할 행정기관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것과 달리 병원에서 산모가 출산하는 즉시 자동으로 출생신고가 되는 제도다. 여기에 미혼모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해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밝히지 않는 출산익명제를 동시에 실시하면 미혼모의 신원은 보호하면서 합법적 입양의 길 역시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동방아동복지회 관계자는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를 버리는 것은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며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기 전엔 반드시 진지한 고민과 상담,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해 버리거나 불법 입양을 하는 대신 적절한 절차를 거친 방법으로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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