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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인데…장기기증 서약에 법정대리인 필요?
번거로운 절차·규제 곳곳에
“누가 이런절차 지키며 동참하겠나”
미국은 만13세 이상이면 OK


#. 대학교 1학년생 이승빈(19) 씨는 지난해 생일이 되기 전, 만 17세의 나이로 장기기증 서약을 하려다 뜻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했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본인 의지만으론 장기기증에 서약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 씨는 법정대리인 동의서와 이를 증명하는 서류 등을 이틀간 준비한 뒤에야 서약을 마칠 수 있었다. 이 씨는 “이젠 대학생이 됐지만 여전히 법적으론 만 18세이기 때문에 지금 서약을 하려 해도 같은 서류들을 준비해야 한다”며 “서약 의지가 있는 학생일지라도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면서까지 장기기증 서약을 하려 할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본지 박혜림(오른쪽) 기자가 장기기증에 서약하는 모습.

살기 위해선 1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한국의 장기이식 대기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 2014년 기준 장기 기증자는 2418명이었던 반면, 장기이식 대기자는 10배를 웃도는 2만4857명이었다. 장기기증 희망자도 전체 인구의 약 2%인 143만 6116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선 절차의 간소화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본부 실장은 19일 “우리나라 장기기증 등록자가 저조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불필요한 규제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장기기증법) 제7조 1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조항은 ‘신청인이 미성년자인 경우 기증에 동의하는 사람이 법정대리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해 등록기관에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씨의 사례처럼 대학생일지라도 민법상 만 19세 미만이면 자신의 의지만으론 장기기증 등록을 할 수 없다.

반면 미국은 만 13세이상이면 누구나 본인의 의사만으로 장기기증 등록을 할 수 있다. 일본(만 15세 이상), 호주(만 16세 이상), 남아프리카공화국(만 16세 이상) 등도 마찬가지다. 또 스페인ㆍ프랑스ㆍ벨기에ㆍ오스트리아 등 유럽 11개국은 이른바 ‘옵트아웃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사망자가 장기기증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지 않은 사람도 잠재적 기증자로 보는 제도다. 장기기증 등록 자체보다 실제 기증에 중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012년 보호자 동의 없이 장기기증 등록이 가능한 연령을 만16세로 완화하는 내용의 장기이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9대 국회가 3개월 가량 남은 상황인 만큼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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