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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잔소리와 피드백의 거리 - 김상복 한국코칭수퍼비전아카데미 대표
사랑과 관심으로 던지는 이야기가 듣는 사람에게 잔소리로 꽂히는 경우는 흔하다. 말하는 사람이야 꼭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뻔한 소리로 굴러 떨어지기 쉽다. 여간해서 효과를 건지기가 쉽지 않다.

피드백은 잔소리와 다르다. 피드백을 할 때는 사람이 아니라 그의 행동(Action)에 한정하고, 행동이 미치는 영향(Impact), 원하는 결과(Desired outcome)에 맞춰야 한다는 이른바 AID식 피드백을 권장한다.

그러나 이것도 상황과 때에 따라서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피드백은 진정 상대가 원하거나 요청할 때 해야만 성립되는 관계가 바탕이 되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팀장 회의를 한다고 하자. 어려운 과제를 의논하기 위해 팀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회의 구성원들은 각기 다른 시각에서 의견을 제시하며 창의적 해결을 위해 골몰한다. 그때 임원이 들어와서 말을 던진다. “나는 여러분들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책임감 있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 말을 듣는 순간까지 팀장들은 과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임원이 들어와 던진 말은 이들이 갖고 있던 진지함과 책임감, 신중함 등을 사실상 혼자 차지해 버린 꼴이다.

이럴 때 보면 회의 중에는 별 말 없다가 임원 말에 ‘얼씨구’ 하면서 맞장구 치는 팀장 한 명이 어디든 꼭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다른 어느 누구도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말을 하기 전까지의 모든 언급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간주해 버린 임원이나 맞장구 치는 팀장의 태도 때문이다.

이 같은 경우를 미국 정신분석가 크리스토퍼 볼라스는 추출적 내사(Extractive Introjection)라고 설명한다. 즉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침입해서 정신적 삶의 특정 요소를 가로채는 과정을 칭한다. 이럴 때 상대는 자기 자신의 어떤 한 부분을 박탈당하거나 도둑 맞은 상태, 뻥 뚫리거나 텅 빈 마음 상태로 남겨진다. 상대방에게서 감정은 물론 초 자아에 의한 내부 비판과 같은 정신구조, 본질적인 자기 자신(self)마저도 추출해 가져가 버린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은 스스로 위로하고 자기 것을 다시 채운 후, 상대가 단정해버리고 마음대로 기정사실화한 언덕을 넘고 나서야 자기를 드러낼 수 있다.

회의나 교육시간에 직원들이 언제나 침묵해 씁쓸한 적은 없었는가? 질문이나 경청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애써 보지만 들어봐도 별 뽀족한 아이디어는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가? 이런 경험이 있는 리더라면 자신이 상대방에게 ‘추출적 내사’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다 선명한 실례는 부모 자녀 관계에서 더 잘 드러난다. 아이가 실수할 경우 멍청하다는 눈으로, ‘너는 언제나 그렇지’라는 투로 말을 하거나 비판적인 입장에서 부모가 지속적으로 자녀를 공격하는 경우다. 표정이나 말투에 신경 쓰지만 취지가 똑같은 뻔한 내용, 걱정이 깔린 잔소리, 검열적 질문을 반복하는 경우 등도 자녀의 내면을 추출하고 무기력하게 한다.

잔소리나 이미 알고 있는 상대를 향한 뻔한 말이 직원이나 자녀의 행동을 촉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자기도 모르게 그냥 해댈 뿐이다. 기껏해야 자신도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하며, 관심과 사랑을 앞세운 자기 위안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런 것이 상대의 주체성을 무기력하게 내몰아 버린다는 점이다. 리더나 부모의 이런 리더십은 직원에게는 독이 되고, 자라나는 자녀에게는 누적적인 외상이 된다. 절제된 피드백만이 성장의 거름이 된다.

newlifecrea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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