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에게 설과 추석 명절은 예능 전쟁터다. 명절에만 하는 버라이어티 특집은 줄어들고 새롭게 시작하는 예능을 선보이는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크게 늘었다.

그때 나오는 파일럿을 보고 해당 방송사의 감각과 기획력을판단할 정도다. 실망스러운 예능을 선보이는 방송사는 무능하다는 평가에 시달려야 한다.

이번 설 파일럿의 주된 흐름은 음악예능과 아이돌 예능이었다. 음악예능은 시청층이 세분화돼 있어 시청률을 올리기 힘든 음악프로그램과 달리 광범위한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어 과잉 제작되고 있는 실태다. ‘판타스틱 듀오’는 벌써 정규물로 확정됐고, ‘듀엣가요제’도 정규물로 편성될 예정이다.

아이돌을 활용한 예능은 방송 노출을 늘려야 하는 아이돌 소속사와 출연진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방송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명절 특수를 누린다.

아이돌 예능이 아이돌을 쥐어짜는 예능으로 나가고 있기도하다. 아이돌 특혜 프로그램과 아이돌 학대 프로그램의 어디쯤엔가 위치해 있는 ‘아육대’는 부상자가 속출하면 아이돌 학대물이 된다.

‘본분금메달’은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어 아예 걸그룹 가학으로 치달았다. 무허가테스트라는 이름하에 걸그룹들이 싫어할만한 ‘굴욕’ 장면을 확대재생산했다. ‘본분금메달’은 남자 아이돌과 여자 아이돌의 위상(?)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 나쁜예능이었다. 권력 관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지명도가 떨어지는 걸그룹을 쥐어짜는 프로그램은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불편했다. ‘사장님이 보고 있다’도 아이돌과 소속사 사장과의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는 교감의 장이 빠진 채 아이돌 그룹간 게임과 승부에만 치중했다.

걸그룹 오디션물인 엠넷 ‘프로듀서101’도 A~F 그룹으로 나누는 서열화와 상품화의 논란을 안은 채 경쟁과 성장이라는 페달을 밟고 있다. 아이돌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아쉬운 실정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