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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 강하늘 "좋은배우 보다 좋은사람으로 먼저 기억되었으면"
"오로라를 보면 정말 '못 봤으면 말을 하지마'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굉장해요. 감히 얘기를 하자면,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 중에 가장 아릅답지 않을까요? 아직 어리고 본 것도 많지 않지만, 28년 동안 살아오면서 본 것중에 최고로 아름다웠어요."



배우 강하늘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기자에게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를 촬영하면서 본 오로라에 대해 설명해줬다. 아이슬란드의 어느 밤하늘에 걸려있던 오로라를 바라보며 감탄했을 강하늘을 떠올리자 문득 그가 '동주'에서 연기한 윤동주 시인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윤동주 시인 역시도 그처럼 과거의 언젠가 이 땅 위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시를 썼었을 것이다.

"절대 그 분을 욕되게 해서는 안되겠단 생각으로 윤동주 시인을 연기했습니다. 내가 나중에 죽어서 그 분을 뵀다고 치면, 보시고 후회할 연기는 안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연기한 강하늘은 본인의 연기에 만족을 했을까? 그는 "어느 연기자가 자신의 연기에 만족을 하겠습니까?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노력한 만큼 영화가 나온 것 같아 감독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제가 집에 명작 영화들만 모아놓는 DVD 콜렉션이 있습니다. 포장도 안뜯고 보관만 하는 용도로요. 영화 '대부' '쇼생크 탈출' 같은 작품들이 놓여져 있는데, 제가 출연한 작품들 중에 아직까지 그곳에 전시돼 있는 작품은 없어요. '동주'란 작품이 제 DVD 진열장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아직 너무 긴장돼서 제대로 못 봤지만요."

강하늘은 (윤동주 시인 같은 위인은 아니지만) 이미 영화 '세시봉'에서 실존인물인 가수 윤형주를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윤동주 시인을 연기하면서 강하늘이 이렇게 까지 긴장한 것은 윤동주라는 워낙에 유명한 역사 속 위인을 연기한 심적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리라.



"영화의 모든 장면에서 윤동주 시인을 표현한다는 게 너무 큰 부담이됐어요. 어느 특정 장면이 힘이 들었다고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윤동주 시인이 죽고 나서 영안실에 누워있는 장면을 촬영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극중 아버지가 윤동주의 시신을 보고 슬피 우니까 저도 자꾸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버지 역을 맡으신 선배 배우 분이 연기를 하시는데 저 때문에 계속 NG가 날 수 없으니까 그 장면 찍을 때가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정신적으로는 취조 당하는 장면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강하늘은 윤동주를 연기하면서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많이 연상했다고 한다. tvN 드라마 '미생'에서 장백기를 연기했을 때는 아파트 사진 한 장을 갖고 다녔다고 했다. 그는 작품마다 그림 하나, 사진 한 장, 음악 하나를 정해서 인물을 표현했다는 그만의 연기 비법(?)을 말해줬다.

"학교에서 연기를 배웠을 때는 인물의 전사(前事)를 적으라고 많이 시켰습니다. 인물의 허리 사이즈부터 신발 사이즈, 습관과 버릇까지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연기를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연기를 하다 보면 오히려 틀이 생겨버리게 되서 자연스러운 연기가 안나오더라고요. 지금의 방식이 조금 더 추상적이지만 제가 연기할 때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윤동주가 평생 시를 생각하며 살았듯 그도 평생을 연기를 하며 살아갈 것 같았다.

"연기 잘하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좋은 연기자, 좋은 배우가 되기 전에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군가 저를 물어봤을 때 '아 그 배우?'라고 말하기 보다 아 '그 사람 좋은 사람이었지'란 말이 먼저 나왔으면 싶어요."

강하늘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갈 수록 그가 '동주'에서 윤동주 시인을 연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오면 비 맞는 게 좋다며 우산을 쓰지 않는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윤동주 시인의 모습을 떠올리는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며칠 뒤 기사를 쓰는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강하늘은 아마 줄줄이 개봉하는 영화 '동주'와 '좋아해줘' 홍보 활동으로 바삐 차를 타고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그가 인터뷰 때 말한 것 처럼 빗소리를 듣기 위해 창문을 열어놓은 채로.
이슈팀 이슈팀기자 /sean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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