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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교보문고 ‘도서관형 서점’의 이면
“서울 사람들 부러운 거 하나는 광화문 교보문고에요.”

지난해 11월,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도서관형 서점’으로 바뀐다는 단독 기사에 달렸던 댓글이다. ‘약속1번지’로 통하는 교보문고는 요즘 더 부러움을 살 만하다. 100여명이 한꺼번에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5만년된 통나무로 제작한 카우리 독서 테이블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빈 자리 없이 일렬로 앉아 책을 읽는 독자들을 보면 왠지 마음이 뿌듯해진다. 책 읽는 모습은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라 할 만하다. 일부러 이 독서테이블을 보러 찾는 이들이 생길 정도로 ‘서울의 명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 밖에도 독서공간이 많이 생겼다. 소파형, 벤치형, 테이블형 등 총 20곳에 300여명이 앉아 책을 볼 수 있다. 몇달 전만해도 책을 좀 살펴보려면 통로가 좁아 지나가는 이들에게 수시로 치이기 일쑤였다. 또 방학 때만 되면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마루바닥에 퍼질러 앉아 책을 보던 모습을 마냥 낭만적 풍경이라고만 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서점이 마음 편하게 의자에 앉아 책을 볼 수 있고 조명과 꽃까지 더해 응접실 분위기까지 날 정도로 쾌적해졌으니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지는 듯 싶다.

그런데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새 책을 정성스럽게 출간한 출판사들은 어떻든 책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텐데, 선보일 공간이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교보문고만 해도 책을 더 진열하는게 상식적으로 나을 법하다. 광화문점은 교보문고 전체 5000억 매출가운데 16%를 차지한다. 700,800억 매출이 발생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독서 공간을 늘렸으니 교보문고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걸까.

궁금하던 차에 그 일단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우연히 생겼다. 서가를 오가다 한 곳에서 무슨 ‘추첨’하는 걸 보게 된 것이다. 허락을 받고 들어가 호기심에 지켜봤다. 자리가 채워지자 번호표가 들어있는 주머니가 돌고 사람들이 하나씩 뽑으면서 웅성였다.

이어 직원이 순서대로 죽 호명하기 시작했다. ‘1번 기둥’ ‘2번 복도라인’ ‘3번 데스크라인’… 번호표를 받은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골라 나갔다. 한 출판사가 1개만 고를 수 있었다.

그 자리는 다름아닌 문학출판사들이 새 책 광고를 위해 매대를 고르는 광고 추첨 자리였다. 말로만 듣던 걸 현장에서 지켜본 것이다. 고른 순번대로 하다보니 원하는 자리를 얻지 못한 출판사는 차선을 선택하거나 빠지거나 했다.

매대는 사람들의 발길과 눈길이 잘 머무는 곳에 출판사들에게 돈을 받고 책을 광고할 수 있도록 파는 자리다.

광화문 교보문고에는 그런 자리가 각 분야별로 수십곳에 이른다. 문제는 지난해에 비해 매대 가격이 폭증한 것이다. 66만원,77만원 하던 자리가 110만원으로 올랐다. 책을 놓을 공간도 줄고, 매대값은 뛰고 출판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분위기 좋다’고 반길 수 만은 없는 이유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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