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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Insight] 고군분투 ‘장그래’ 누가 구해야 하나 - 배상범 KOTRA 산토도밍고무역관장
역주행의 나라. 요즘 도미니카공화국을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다.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경제권의 대부분이 경기침체에 빠졌는데도 최근 2년간 7%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올해도 최소 5% 이상 경제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의 교역도 매년 확대 추세다. 역주행의 절정은 우리나라의 대(對)도미니카 차량 수출실적이다. 신차 판매실적을 보면 2013년 한국산(현대ㆍ기아) 신차 점유율 35%를 기록한 이후, 어느덧 40%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산 중고차의 수출실적은 더욱 눈부시다. 2012년 월평균 91대, 연간 1089대였던 중고차 수출량이 불과 3년 만에 월평균 1041대, 연간 1만2491대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2015년 우리나라의 대 도미니카 중고차 수출실적은 리비아, 요르단, 캄보디아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작년 한국 중고차의 해외 수출이 최근 10년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점을 고려해볼 때, 도미니카로의 수출은 홀로 역주행하고 있다.

그러나 ‘화발다풍우(花發多風雨)’라고 했던가. 꽃이 필 때 비바람이 많아지듯 기록적인 실적과 함께 위기도 닥쳤다. 우선, 국산 신차와 중고차 수입상과의 갈등이다. 현지에 있는 한국산 신차 판매 딜러 처지에선 국산 중고차의 수입 급증이 달갑지만은 않다. 주력 품목인 SUV 판매에는 별 영향을 안주지만, 쏘나타나 엑센트 같은 중소형 신차 판매에는 큰 위협 요인이기 때문이다.

둘째, 현지 관세청과의 갈등 역시 큰 위기 요인이다. 도미니카공화국 현지 세관이 2013년 한국을 방문해 중고차 시세를 조사하고, 이후 과세기준 대폭 상향 및 일부 수입업체 압수수색, 통관 보류, 벌과금 부과 등을 진행한 것은 그냥 지나칠 사안이 아니다. 이러한 갈등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향후 한인 중고차 수입업체의 불이익 방지를 위해 정부기관이 나선다해도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산 신차 판매 딜러와 중고차 수입상과의 갈등과 경쟁, 중고차 수입상 간의 경쟁은 결국 시장에서 판단해야 할 사안일 수 있다. 

하지만 현지 정부와 갈등, 법규와의 충돌, 투명성과 신뢰의 상실 등은 자동차 수출에 있어 심각하고 본질적인 위기다. 지난해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아무리 세계적인 브랜드라도, 법규를 위반하고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휘청거릴 수 있다. 우리도 중고차 사업자나 수출 중소업체라고 해서 부정적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2년 전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가 요르단 중고차 수출 프로젝트를 어렵게 성사시키는 에피소드는 드라마의 백미였다. 수출이 이뤄지는 현실에서 수많은 ‘장그래’를 위기에 빠뜨리고 성장의 기회를 앗아가는 요인이 무엇인지 살피고, 더 늦어지기 전에 ‘정화(淨化)’해야 한다. 그 부분이 법과 정책, 국가기관이 해야하는 역할이라면 지원을 위해 발벗고 나설 때다. 그것이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장그래를 구해내고 수출도 함께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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